연재 | 놀러오세요, 덕후의 숲

‘덕후’는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한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 단어는 일본에서 유입된 ‘오타쿠’라는 단어에서 유래돼 초기에는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됐으나, 현재는 ‘한 분야에 깊게 빠져 전문가가 된 사람’과 같은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대학신문』이 함께 덕질을 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덕후들을 만나봤다.

자동차를 직접 만든다고?

▲2020년도 대회 당시의 모습 (사진 제공: 자동차제작 동아리 ‘런투유’)
▲2020년도 대회 당시의 모습 (사진 제공: 자동차제작 동아리 ‘런투유’)

 

자동차를 좋아하는 마음을 넘어 직접 자동차 제작에 뛰어든 이들이 있다. 바로 기계항공공학부 소속 자동차제작 동아리 ‘런투유’다. 자작 자동차는 실제 자동차와 달리 정해진 코스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도록 제작하는 것이 관건이다. 임지우 씨(기계공학부·15)는 기계공학부로 전과한 뒤 호기심에 동아리에 가입했고, 자작차 제작에 대한 관심이 커져 현재 4년 넘게 활동 중이다.

임 씨가 속해있던 EV*팀은 아쉽게도 그동안 서킷*에서 온전히 달릴 기회가 없었는데, 2019년에 처음으로 검차를 모두 통과하며 기회를 얻었다. 그는 “그때 차가 달리는 모습을 보고 팀원들이 다 같이 환호성을 질렀을 때가 생각난다”라며 “당시 팀장님과 주고 받았던 눈빛이 지금까지 자작차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임 씨는 자작차 제작에 많은 애정을 쏟고 있는 다른 팀원과 함께 안정화된 설계를 위해 다방면의 지식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자동차 골격을 잡기 위해 필요한 자동차 동역학, 냉각장치 설계를 위한 열역학, 모터 제어를 위한 프로그래밍 공부 등 학교에서 배운 이론뿐만 아니라 해외 자작차 대학 논문을 참고하거나 국내 자작차 제작팀에게 직접 배우며 용접 노하우와 같은 실무적인 지식도 배우고 있다. 또한 영상 제작과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자작차에 대한 애정으로 모여 힘을 보태고 있다. 

팀원들끼리 협력해 자작차를 제작하는 매력은 상당하다. 임 씨는 “20명이 넘는 팀원들이 몇 주간 밤을 새며 설계, 디자인, 3D 모델링, 용접 등에 심혈을 기울인 자작차가 성공적으로 서킷을 완주할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다”라고 자작차 제작의 매력을 언급했다. 또한 그는 “자작차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원에 대한 믿음과 끈기라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통해 여러 사람이 함께 노력할 때 느낄 수 있는 기쁨을 느끼고 싶다”라고 전했다. 

 

오늘도 새로운 새를 보러 떠납니다

▲도요새를 관찰 중인 버들 부원들의 모습 (사진 제공: 중앙 야생조류연구회 ‘버들’)
▲도요새를 관찰 중인 버들 부원들의 모습 (사진 제공: 중앙 야생조류연구회 ‘버들’)

 

오늘도 더 많은 새를 보기 위해 떠나는 덕후들도 있다. 바로 중앙 야생조류연구회 ‘버들’이다. 김재승 씨(생명과학부·20)는 친구의 권유로 들어온 동아리에서 탐조 활동을 하며 조류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그는 관악산, 철원, 인천 등 다양한 지역에서 탐조 활동을 진행하며 약 160종의 조류를 기록에 담았다.

탐조 활동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선배 덕후들 덕분이었다. 선배들의 탐조 활동을 따라다니며 경험을 쌓고, 자연 관찰 사진을 모아둔 사이트인 ‘네이처링’을 바탕으로 계절과 새의 서식지 등을 고려해 탐조 계획을 짤 수 있었다. 탐조 활동 당일에는 팀원들과 망원경과 도감도 등의 장비를 챙겨 일출 1시간 전부터 일몰 4시간 전까지 탐조 활동을 진행한다. 활동 중 새로운 개체를 발견하면 어떤 종인지 분류하는 과정인 ‘동정’을 진행하고, 탐조 활동이 끝난 후 결과를 공유한다. 이렇게 탐조 활동에서 모은 기록은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수 있는 소중한 기초 자료가 된다.

탐조 활동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김 씨는 올해 전라북도 군산시에 있는 어청도에 철새를 보기 위해 방문했다가 궂은 날씨로 섬에서 나오지 못했다. 팀원들과 함께 한겨울에 새를 보기 위해 인천 소래습지생태공원에 방문했다가 쌍안경에 눈이 쌓일 정도의 폭설을 맞아 추위에 떨었던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조류를 향한 애정이 그들을 움직이게 만든다. 김 씨는 “오늘은 어떤 새를 만날지 설레는 마음과 계절과 시간에 따라 새롭게 마주치는 조류를 보며 생동감을 느낀다”라고 조류 연구의 매력을 전했다. 또한 그는 “사람들과 함께 탐조 활동을 나가면 같은 조류를 보더라도 모두 다른 느낌을 받는다”라며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모습을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보면 조류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깨달을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가령, 탐조 활동을 처음 간 사람들은 동화 속에서 자주 보던 친근한 까치를 반가워하지만, 실제로 까치는 자신의 영역권에 들어온 새들을 쫓아내는 엄격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탐조 활동을 오랫동안 진행한 덕후들은 까치를 발견하면 반가워하기보다 자신이 관찰하던 새를 쫓아낼까 노심초사한다. 이렇게 같은 새를 보더라도 서로 다른 경험을 하는 것이다. 

조류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그들은 조류와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김 씨는 “살아있는 존재를 덕질하는 것은 늘 조심성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탐조 활동에서도 조류와의 거리를 지키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요즘은 버드 스트라이크*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네이처링을 통해 건물 등을 대상으로 모니터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새와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위해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서울대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덕후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 덕후들의 이야기가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있는 이들을 하나로 모이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V: Electric Vehicle의 준말로 전기자동차를 의미한다.

*서킷: 차량이나 오토바이의 경주용 도로를 의미하며 인위적으로 코스를 배합해 만든다.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조류가 비행기의 엔진에 빨려들어가거나 건물의 창 등에 부딪혀 사망하는 것을 이른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