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 2035호에 국방 문제를 다룬 기사가 실렸다. 남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징병제에서 비롯되는 기형적 군대 문화, 징집당한 병사들이 겪는 학력·경력 단절 문제가 지적됐고 인구 감소로 인한 징병제의 현실적 한계가 언급됐다. 대안으로는 여성 징병제, 모병제, 징병-모병 혼합제가 제시됐다. 기사는 병역제도에 대한 논의를 넘어 군 조직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됐다. 

국방 문제에 많은 사람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여러 방향성이 모색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병역제도의 개선에 앞서 실질적인 군 조직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부분에 깊이 공감했다. 하지만 문득 의문이 들었다. 선진 병영의 중요성과 이를 위한 국방부의 노력이 시작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런데 왜 아직도 군대 내 부조리는 여전하고, 왜 아직도 남성 중심적 군대 문화는 타파되지 못해 국방 문제의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일까? 

동양의 인식론에서 지식을 설명하는 말로 ‘명실상부’(名實相符)가 있다. 명(名)은 이름이고 실(實)은 실제다. 그것은 말함과 말해진 것이 잘 어울릴 때 참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할 때 고민의 결과와 목적은 명실상부해야 한다. 그러나 현역 군인 시절 내가 느낀 것은 국방 문제에 대한 고민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부대에서는 한달에 한 번 삼겹살 파티를 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힘들어하는 장병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모두 들뜬 마음이었다. 그러나 야외로 무거운 식탁을 옮기고 재료를 손질하고 음식을 차리는 일을 할 사람은 결국 우리였다. 식사 후에는 자기 전까지 기름이 눌어붙은 식기를 세척해야 했고, 결국 파티를 하는 날의 저녁은 고된 일과의 연장이었다. 얼마 되지 않아 부대 내 누구도 이를 원하지 않게 됐고, 결국 우리는 더 이상 삼겹살 파티를 하지 않았다. 

名은 국방 정책이고, 實은 병영 생활이다. 名과 實이 합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 장병들을 위한 정책을 고민하는 과정에 정작 장병들이 배제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實을 살펴야 한다. 성급하게 정책을 실행하려고 하지 말고, 名과 결합될 實의 모습을 자세히 살필 수 있는 노하우를 개발해야 한다. 실상 장병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정책과 제도가 그들의 소망을 이뤄줄 수 있을지에 대해 현실과 밀착된 고민이 이뤄질 때, 우리는 名과 實이 합치되는 지혜로운 방향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군대라는 조직 안에 수많은 삶이 엉켜 있다.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과 기제가 잘 마련돼야 한다. 명실상부한 국방 문제의 담론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임진서

미학과·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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