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서 기자(사회문화부)
김예서 기자(사회문화부)

작년 9월, 『대학신문』에 121기로 입사한 뒤 내가 처음으로 쓴 기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에 대한 것이었다. 이는 현장을 생생하게 담는 ‘현장 스케치’ 기사로, 이틀간 시위에 직접 참여해 참가자들에게 즉석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취재했다. 특히 시위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이 두 개 있다. 첫 번째는 여의도에서 열렸던 4대 종교 통합 기도회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의 대표 분께서 무지개 무늬의 마스크를 쓰고 연설을 하던 모습이다. 자신의 자녀를 위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절절한 외침이 기억에 남는다. 둘째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회원들과 깃발을 들고 지하철 시위를 한 기억이다. 강남역에서 출발해 구의역·신촌역 등 차별이 발생했던 장소에 정차해 선언문을 낭독했고, 이동 중에는 일렬로 지하철을 걸어다니며 침묵시위를 전개했다. 기자로서 혼자 지하철 시위에 동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당시 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특정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당시 부장님께서 정해주신 소재에 대해 인터뷰를 해야만 한다는 일념으로 임했을 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내가 입사한지도 어느덧 1년이 넘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처음 썼던 기사와 같은 소재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특집을 준비했다. 그때 시위의 기억이 강하게 남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사회면 특집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소재 선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특집을 준비하는 것은 다른 어떤 기사보다 어려웠다. 쟁점에 대한 첨예한 대립이 보이는 주제라 기사의 방향을 정하기 어려웠으며, 따라서 인터뷰이의 선정 역시 어려웠다. 취재과정에서 나는 명시적으로 찬성 혹은 반대의 입장으로 반론을 제기한다는 것이 옳은 작성 방향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래서 최대한 내 중심 논조를 잃지 않으면서 극단적으로 치우친 서술을 피하고자 노력했다. 분량상 차이는 있지만 내 기사의 논조와 반대되는 입장도 다양하게 담고자 노력했다. 이처럼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취합하고자 노력하다 보니 기사의 초안이 무려 200자 원고지 기준 56매에 달하기도 했다. 

나는 사실 문화부에서 대중예술에 대한 기사를 쓰는 것을 목표로 『대학신문』에 입사했다. 따라서 극히 ‘사회적’인 ‘포괄적 차별금지법’ 특집은 내게 변화이자, 도전이고, 시도였다. 땡볕에 힘들었던 여름방학에 특집을 준비하기 시작해, 어느덧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계절이 됐다.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인 이 특집을 잘 마쳤다는 것이 기쁘고 최선을 다해 내 손에서 떠나보냈다고 생각해 후회는 없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