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대전지법 행정2부는 성전환수술을 받은 故 변희수 전 하사를 육군이 강제 전역 처리한 것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변 전 하사는 2019년에 성전환 수술을 받은 후 심신장애를 이유로 2020년에 강제 전역 처리됐다. 이에 생전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성전환수술을 받은 변 전 하사의 상태가 심신장애에 해당하는가’였다. 법원은 실질적인 성별인 ‘여성’의 관점에서 군 복무에 적합한 상태인지 판단했어야 한다는 것을 판결의 근거로 삼았다. 이번 판결은 국방부가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에 대한 제도를 고려해야 할 시점임을 말해준다.

군이 변 전 하사에게 심신장애 3급 처리를 내릴 때, ‘성기 상실 및 결손’이라는 이유를 든 것은 군에 트랜스젠더 군 복무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성전환 수술을 심신장애 요건으로 판단한 육군의 결정은 명확한 법률적 근거가 없으며, 이런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군과 민간 협동의 연구 끝에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가 군대의 효율을 해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고,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이 승인됐다. 이 외에도 이스라엘, 영국, 캐나다에는 ‘성별 불일치’를 겪는 장병에게 성전환 수술, 호르몬 치료 비용을 의료보험 처리해주는 제도가 이미 마련돼있다.

복무 중 성전환을 택한 군인은 물론, 복무를 희망하는 트랜스젠더 군인에 대한 규정도 부재하다. 2013년 미국정신의학협회는 DSM-5를 발표하며 트랜스젠더에 대해 ‘성주체성 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s)라고 표현하던 것을 ‘성별 불쾌감’(Gender Dysphoria)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지난 2월 병역판정 신체검사 검사규칙을 개정하기 전까지 트랜스젠더 정체성은 ‘성주체성 장애’로 분류돼 입영 대상에서 제외돼왔다. 국방부는 ‘성주체성 장애’라는 용어가 성 정체성을 교정과 치료의 대상으로 보게 만든다는 지적을 수용해 이를 ‘성별 불일치’로 정정했지만, 여전히 입대를 희망하는 트랜스젠더 군인에 관한 명확한 지침은 없는 현실이다.

국내 트랜스젠더의 인구는 최소 5만 명에서 최대 25만 명까지 추정되기에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문제는 변 전 하사 개인만의 일이 아니다.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관련 제도를 마련하지 못하면 이는 다른 피해자를 낳을 뿐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성전환 수술 비용 지원 등에 관한 연구가 아직 없지만, 그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국방부는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에 대한 제도적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하루빨리 다각도의 검토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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