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 학식 노동자가 꼽은 ‘가장 해결이 시급한 과제 1위’는 인력충원

지난 13일(수) 오후 3시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대학노조)가 자연과학관(26동)에서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 단체급식 조리실 노동환경 및 건강 영향실태 조사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단체급식 조리실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높이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발간됐다. 실태조사는 관악구노동복지센터의 의뢰에 따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진행했다. 조사는 △설문조사 △면접조사 △현장조사로 구성됐다. 대학노조는 12일 생협 본부에 보고서를 전달했고, 생협 본부 관계자는 “현재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라며 “개선이 필요하고 수용할 수 있는 사항들은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문조사는 △학생회관 식당(63동) △제3학생식당(75-1동) △919동 식당 △302동 식당 △동원관 식당(113동) △자하연 식당(109동)의 생협 조합원 84명의 응답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노동자들이 같은 시간에 출근하지 않고 시간 차를 두고 출근하는 시차근무제로 인한 문제가 제기됐다. 시차근무제를 도입하면서 배식 시간 전후로만 인원이 많아졌고, 여타 시간에는 과도하게 인원이 감원돼 노동 강도가 증가했다. 노동자들이 계속 서 있는 자세나 반복 동작 등 근골격계에 무리가 가는 작업 환경에 노출돼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응답자의 80% 이상이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식 노동자의 보그 지수*평균은 14.18이었는데, 이는 건설업 노동자의 보그 지수인 14.36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보고서 발표를 담당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유청희 책임연구원은 “학식 노동자들에게 노동 강도 및 근골격계 질환은 고질적인 문제인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말했다.

면접조사는 3~22년 경력의 노동자 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노동자들은 노동 강도를 높이는 가장 큰 요인으로 인력 부족을 꼽았다. 계약직 노동자들의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인력이 줄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은 업무량이나 추가된 방역업무 때문에 한 사람이 담당하는 업무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아울러 노동자들은 새로운 노동자가 들어와도 일이 고돼 적응을 못하고 떠나기에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도 제기됐다. 조사 결과 노동자 중에는 일주일에 세 번씩 물리치료를 받거나, 계속 서 있는 과정에서 걸린 하지정맥류로 피를 빼러 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질병이나 크지 않은 사고의 경우 산재 신청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학식 노동자들은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거나, 업무로 인해 질환을 앓아도 이를 생협 본부 측에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호봉 상승과 물가 수준에 따른 임금 상승률이 높지 못하다는 답변도 있었다. 학식 노동자들은 노동 강도 및 업무량에 비해 임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현장조사는 △학생회관 식당 △302동 식당 △자하연 식당 △동원관 식당에서 진행됐다. 조사 결과 노동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무거운 물건을 취급하고 있었다. 가령, 쌀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노동이 많았다. 쌀포대는 20kg 포대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쌀을 담은 밥솥의 무게는 16.8kg에 달했다. 게다가 생협은 현재 전처리 작업이 되지 않은 식재료를 구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은 흙 묻은 식재료를 씻는 것부터 재료 손질까지 담당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전신에 부담이 가는 반복 작업이 발생했다. 고온다습한 노동환경도 노동 강도를 가중시켰고, 물이 젖어 있는 바닥에 미끄럼 방지가 되지 않고 있는 점도 발견됐다.

조사 결과 노동 강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결론이 제시됐다. 앞서 제시된 설문조사에서 노동자들의 33.3%가 인력충원을 가장 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꼽았고, 11.3%가 작업방식 개선, 10.4%가 전처리 된 식자재 구입, 9.6%가 유해한 작업환경 개선을 노동 강도 완화의 과제로 꼽았다. 노동환경 및 노동 조건도 개선될 필요가 있었다. 바닥에 미끄럼 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쌀포대를 10kg 혹은 5kg의 포대로 무게를 낮춰 도입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학식 노동자의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제3기관에 의해 실시되는 작업실 점검 및 안전보건교육 체계화 등과 같은 제언도 있었다.

 

대학노조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생협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및 임금과 처우가 개선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대학노조 이창수 부지부장은 “그동안 음식의 질은 달라졌지만, 노동자의 상황은 25년 전과 바뀐 것이 거의 없다”라며 “이번 보고서가 생협 노동자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학노조에 따르면, 생협 본부와 대학노조의 교섭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협 본부와 대학노조는 △식사 질 개선 △기본급 인상 △위험수당 지급과 관련해 일정 부분 입장 차이를 좁혔다. 다만 대학노조가 가장 핵심적인 요구사안으로 꼽는 단일호봉제가 채택되지 않아 내일 새로운 호봉체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창수 부지부장은 “생협 본부가 새로운 호봉체계에 대한 논의를 강경하게 거부하면 다른 수단과 방법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그 지수: 노동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평균 노동 강도 점수.

사진: 하주영 기자 jyha0308@snu.ac.kr

인포그래픽: 김윤영 기자 kooki1026@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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