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를 세계 속 대학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외국학생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노력 기울여야

학부 새내기 때 선배를 따라서 아크로폴리스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했던 적이 있었다. 최루탄으로 눈을 뜨지 못하면서도, 학교 정문을 지나서 거리에 나섰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원에 와서 다시 바라본 학교의 모습은 그 당시 학교에 대한 나의 첫인상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대학생들이 함께 사회에 대해 고민하고, 사회 문제에 대해 참여하고자 했었던 당시의 대학분위기는 90년대 말에 들이닥친 경제 위기와 함께 점차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의 모습을 학내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교정을 거닐다가 깃발 아래 소수의 학생들이 모여 있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면, 그저 반가운 마음을 가지고 바라만 볼뿐이다. 세계화라는 대명제가 학내의 소통공간이 활성화되는 것을 제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거운 책을 들고 도서관으로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학생들과 함께, 교정에서 새롭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지나다니는 외국 학생들의 모습이다. 해외의 유명한 교수들의 초빙 강연에 대한 공고문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이것은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교환 협정을 체결하고 연구 선진화를 위해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는 서울대학교의 변화된 모습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식’의 사고방식과 행동들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자기 쇄신의 노력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라는 효율적이고 투명한 세계화의 제도적 물결이 점차 학내의 주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21세기의 지식기반 사회를 선도하는 세계수준의 대학’이라는 기치가 학내 학생들의 동의와 의식에 있어서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인가?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국제 매너 수준과 학교에 대한 주인의식은 어떻게 될까? 이것을 수치화할 수 있다면, 세계 속에서 서울대학교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국제대학원에 진학하고 나서, 유럽,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서울대학교를 찾아온 외국 학생들을 친구로 사귀고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함께 연구실에서 발표와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내 자신이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와 그들의 가치관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책으로 공부를 하는 것만으로는 그들의 문화와 가치관까지를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언어 능력과 수치가 보여주는 경쟁력이 문화에 대한 이해까지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서울대학교는 외국에서 한국을 찾아온 학생들에게 어떤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가? 우리는 주인된 입장에서 외국학생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그네들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서울대학교가 세계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아닐까. 겉으로 드러난 모습의 변화가 우리들의 사고방식과 태도의 변화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세계 속의 서울대학교’는 우리 스스로가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행동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장태석
국제대학원 석사과정ㆍ유럽지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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