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정민 기자
「오페라의 유령」, 「캣츠」, 「토요일 밤의 열기」 등 우리에게 익숙한 뮤지컬은 대부분 외국 작품들이다. 뮤지컬의 원산지가 미국인 이유도 있지만, 40년이라는 우리 뮤지컬 역사에 이렇다 할 작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20세기 최고의 공연예술로 각광받는 뮤지컬. 최근 우리 영화가 영화 시장에서 굳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정서를 담아 우리말로 공연되는 창작 뮤지컬이 붐을 이루고 있는 요즘의 추세는 희망적이다.뮤지컬, 우리 정서로 다가온다.


외산 작품이 주도하는 뮤지컬 시장에 창작뮤지컬이 줄지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런 경향은 지난 8월 말부터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지난 해 말 호응을 얻었던 창작 뮤지컬이 「카르멘」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큰 판도 변화다. 하반기를 통틀어 창작 뮤지컬은 줄잡아 15편이 넘는다.

최근 선보인 작품으로 다윗의 이야기를 소재로 종교적 주제를 다룬 「킹」, 브로드웨이 진출작 「명성황후」, 장 지오노의 동명 소설을 우리 정서에 맞게 각색한 환경 뮤지컬 「나무를 심은 사람」 등이 본격적인 창작뮤지컬 시장을 열었다. 현재 「인당수 사랑가」, 「나에게 사랑은 없다」, 「마리아 마리아」, 「페퍼민트」 등이 공연중이다. 이후 영화 「친구」에서 모티브를 얻어 김광석의 음악을 입혀 창작한 「친구」, 코미디 뮤지컬 「웁스」, 코믹댄스 「멈추지맛」, 가요 뮤지컬 「새우깡」 등이 줄줄이 선보인다.

최근 해외 유수작들의 내한 공연으로 인해 뮤지컬 시장은 매우 커진 상태다. 이에 덧붙여 영화·공연 제작투자 회사인 ‘쇼이스트’의 공연팀 과장 최명준씨는 “최근 「명성황후」와 같은 작품이 보여준 가능성이 기폭제가 돼 우리 정서와 부합하는 창작 뮤지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제작 방식도 변했다. 예전의 뮤지컬은 연극처럼 하나의 극단이 주체가 돼 한 작품을 만드는 방식을 취했으나 막대한 제작비, 스타 배우와 유명한 음악가,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 등 브로드웨이식 요소를 선별적으로 차용하기 시작한 것.

「페퍼민트」와 「나에게 사랑은 없다」는 각각 바다씨(전 SES 멤버)와 탤런트 권민중씨가 주연을 맡아 눈길을 끌고 있으며, 「인당수 사랑가」에서는 영화 「아름다운 시절」, 「링」, 「원더풀 데이즈」 등에서 음악을 맡았던 원일씨가 작곡을 맡아 현대적 선율을 이용해 고전을 새롭게 풀어낸다.

특히 「페퍼민트」는 지난 3월 뮤지컬 팬들을 초청한 트라이아웃(본 공연에 앞서 투자자 및 관객들에게 작품의 가능성을 검증받는 것)을 통해 제작 과정에 ‘프리프로덕션(사전제작방식)’ 개념을 도입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SM파이’의 이유리씨는 “작곡가, 연출가 등 전문적 창작 인력이 여전히 부족하고 작품성, 대중성, 상업성을 조화할 수 있는 현실적 안목을 가진 제작자가 거의 없는 상태”라며 “창작 뮤지컬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걸음마 단계”라고 말한다. 게다가 관객의 연령층이 젊은 세대에 편중돼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 뮤지컬은 그 발전 잠재력으로 인해 외부 자본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고 대기업의 투자도 이미 이뤄지고 있다. 최명준씨는 “문화산업의 흐름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다보고 10, 20년 앞을 보는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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