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학구조개혁방안’ 발표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추진정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는 지난해 말 대학 통ㆍ폐합 및 정원감축과 산학협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대학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했으며 지난 17일(목)에는 부서 산하에 ‘대학구조개혁추진본부’를 구성해 대학 간 통합시 발생할 의견 차이를 조율할 수 있게 했다. 또 김진표 교육부 장관은 지난 25일(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구조개혁 추진 의지를 밝힌 바 있으며, 이에 실제로 충남대 등 많은 대학들이 구조개혁추진위원회 실무기획단 등을 결성해 통ㆍ폐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교육인적자원부의 ‘2005년 주요 업무계획’
김진표 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출한 ‘2005년 주요 업무계획’에 따르면 ▲2007년까지 국립대학을 50개교에서 35개교로 통ㆍ폐합, 국립대학 입학정원 10% 의무 감축 ▲구조개혁 선도 사립대학에 행정ㆍ재정ㆍ세제상 인센티브 제공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 감축 ▲대학정보공시제 도입으로 각 대학의 교육여건과 운영상태 공개 ▲지방자치단체, 대학, 기업의 참여로 이뤄지는 지역혁신형 클러스터 등 산학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추진된다.
이 중 구조개혁 선도 사립대학에 제공되는 재정상 인센티브는 10~15개교를 대상으로 학교당 20~8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또 정보공시제와 관련, 교육부는 현재 대학평가를 수행하는 대학교육협의회, 학술진흥재단 등의 평가 업무를 통합ㆍ재편해 평가전담기구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 기구는 대입 수험생들과 기업들을 위해 각 대학들의 신입생 충원률, 교수 1인당 학생 수, 졸업생 취업률 등을 공개하게 된다. 그리고 산학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기업이 대학의 우수 기술ㆍ지식을 쉽게 활용하도록 하는 ‘계약형 학과제’ 등의 교육과정 개편이 확산된다. 현대자동차와 연계한 KAIST 경영대학원이 계약형 학과제의 한 예다.

◆ 대학 정원감축과 통ㆍ폐합
여기서 특히 강조되고 있는 정원감축과 통ㆍ폐합 정책은 대학들의 난립으로부터 비롯되는 비효율적 대학운영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다. 1996년부터 시행한 ‘대학설립준칙주의’에 의해 대학 설립조건이 완화됨에 따라 최근 9년 동안 대학교 수는 40개교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퇴출제도가 없어 많은 대학들이 신입생 미충원 사태를 빚고 경영난을 겪어왔다. 교육부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이나 중국 등 해외의 대학 구조개혁 사례를 예로 들며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로 통ㆍ폐합이 순탄치만은 않다. 충남대와 충북대의 경우 일부 단과대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다. 최근 충북대 인문대 교수들은 흡수통합을 우려하며 인문대 교수를 대상으로 한‘충남대-충북대 통합추진설명회’에 불참했다. 또 밀양대 총학생회는 “부산대는 밀양대와의 통합을 통해 의무 정원감축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강원대 총학생회도 학생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삼척대와의 통합 결정에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립대간 통ㆍ폐합과 정원감축은  상당 진척
사립대는 해산장려금 등 각종 인센티브로  구조개혁 유도


여러 교육단체들도 정원감축과 통ㆍ폐합 위주의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9일(화) 전국교수단체연대와 전국대학노동조합의 주최로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대학의 강제적 구조조정 문제점과 올바른 대학개혁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 참가한 김창민 교수(서울시립대)는 “교육부의 주장처럼 대학을 통ㆍ폐합해  시너지효과를 얻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현 추세대로 국립대 위주의 통ㆍ폐합 정책이 지속된다면 국립대의 수적 감소로 인해 교육의 공공성이 약화될 뿐 아니라 통ㆍ폐합 과정에서 기초학문의 위상도 실추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학내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충남대는 5월 중순까지 통합 관련 사항을 학칙에 반영할 예정이며, 부산대와 밀양대도 통합을 확정짓고 이달 중순께 교육인적자원부에 통합계획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하는 등 전국에서 통합 논의는 계속 진전되고 있다.

 

◆ 사립대 구조개혁 촉진 방안-해산장려금
또 정부는 국립대학과 달리 강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시행할 수 없는 사립대학에 대해 차별적 지원과 해산ㆍ합병 장려책을 통해 구조개혁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대학구조개혁특별법’이 제정돼 학교 해산ㆍ합병 제도가 보완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사립대학 해산 시 재산출연자에게 출연재산의 일부를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구체적으로  학교재산 평가액의 30% 이내에서 재산출연자에 지급되는 ‘해산장려금’을 제시했다.

대학 출연 자금 회수할 수 있어
지방 사립대 폐교 증가 우려


이에 대해서도 소수 법인의 재산권만 보호하려는 정책이라는 비난이 많다. 토론회에 참가한 이화영 서일대 교수는 “해산장려금이 지급된다면 학생모집이 힘든 지방대학은 학습환경 개선을 통해 학생을 유치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폐교를 통해 재산을 되찾는 손쉬운 방법을 택할 것”이라며 “이는 사학 출연재산을 공공재산으로 간주하는 사학윤리강령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부패사학척결을위한국민운동본부 이상철 정책위원은 “출연재산은 거의 없이 편법적으로 학교를 운영해 엄청난 재산을 확보한 사립대 이사장들이 많은데 그들에게도 재산의 30%를 지급해야 하나”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 산업계의 요구에 부응하는 대학
한편, 교육부는 ‘사회 수요에 적합한 인력양성 구조로의 전환’이 정책추진의 기본방향임을 밝히고 있다. 산업 인력수요가 크게 감소한 분야의 정원감축과 학부 통폐합 시행, 산업계의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 혁신을 통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을 대학에서 습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정원 상지대 교수는 “정부는 고용창출 정책 실패에 기인하는 저조한 취업률의 원인을 대학의 능력 부재에 돌리고 있다”며 “기업과 시장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배출하지 못한다고 해서 대학교육이 잘못됐다고 볼 수 있는갚라고 반문했다. 대학 교육을 경제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파악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산업수요 반영한 교육과정
 기초학문 육성책은 아직 미흡


교육목표에 대한 교육부의 인식 자체를 문제삼는 이같은 비판에 대해 교육부는 ‘2005년 주요 업무계획’에서 기초학문 육성 방안을 내놓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기초학문육성 5개년 계획’에 의하면 연구역량이 탁월한 것으로 선정된 100명의 교수는 10년간 집중 지원을 받으며, 임용 5년 이내 교수의 50%는 5년간 연구비 지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구체적인 선정 기준이나 지원 내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이 사안과 관련한 서울대의 구체적인 구조개혁 방안 논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미 정원감축을 선도해온 서울대는 구조개혁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