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개혁, 거꾸로 가고 있다"

▲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가 추진하는 대학 통ㆍ폐합과 정원감축은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수 있나.
교육부는 사립대 운영에 간섭할 권한이 없다며 주로 국ㆍ공립대에 권한을 행사하려 한다. 하지만 사립대 수가 훨씬 많은 상황에서 이런 정책은 큰 효과가 없다. 
또한 교육부의 정책은 본질적 대안이 아니다. 대학교육의 본질적 향상은 정부 지원을 통해 국제적 수준의 교육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가능하다. 교수충원, 도서관ㆍ실험실 등 각종 시설에 대한 지원이 크게 미흡한 상황에서 경쟁력이 낮은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정부의 예산 정책에 대해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은.
교육예산 전체규모 중 고등교육 예산은 약 10%뿐이다. 교원 1인당 담당 학생 수도 초ㆍ중ㆍ고에 비해 대학이 훨씬 많다. 이와 관련해 교육예산의 편성비중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교육예산 자체가 확충돼야 한다. 국방비를 감축하고 우수 인적 자원을 활용하고 있는 대기업에 특별교육세 형태의 세금을 부과해 교육예산을 확충해야 한다.

▲ 학생들이 수도권대학으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사립대 정원감축이 시급한데, 이에 대한 교육부의 정원조정 정책을 어떻게 보나.
교육부는 교수확보율을 기준으로 사립대의 정원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전임교수 1인당 학생 수를 적정 수준으로 낮춤으로써 학생 수를 줄이겠다는 방침인데, 현실적으로 사립대들은 학생 수를 줄이기보다는 교수 선발을 늘림으로써 교수확보율을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적은 지원을 노리고 사립대 재정의 주 원천인 등록금을 납부하는 학생들의 숫자를 줄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원감축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교육부가 더 강제력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 교육여건 개선에 있어 전임교수 1인당 학생 수 감축이 중요하다면 시간강사 등 비정규 교수들이 전임교원화돼야 하지 않나.
그렇다. 그러나 정부는 학생정원 감축을 통한 교수확보율 충족을 추진할 뿐 비정규 교수의 정규직화를 통한 전임교수 충원 방침은 배제하고 있다.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비정규 교수는 유지돼야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립대학 입장에서도 전임교수 증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지방대 등 타 대학의 유능한 전임교수를 선호할 것이며, 비정규 교수를 전임교원화할 가능성은 낮다.

▲ 대학정보공시제는 공정성에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원칙적으로 필요한 제도 아닌가.

정보공개원칙은 대학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므로 오래 전부터 모두들 동의해왔다. 그런데 지금 교육부가 이를 새삼 강조하는 것은 부실 대학을 공개 지목해 구조조정을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봐야 한다.

평가가 수행되더라도 고시합격자, 대기업 취업률 등을 기준으로 삼는 현행의 정량평가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교육의 질에 대한 평가, 예를 들면 민주적 시민을 얼마나 만들어냈는가 하는 정성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 사립대학 구조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나.

해산장려금 지급 등을 통해 사립대를 폐교시키기보다 사립대를 공립대학이나 자치대학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기초학문 육성과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국ㆍ공립대학은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야 한다. 특히 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립대나 도립대는 현재 턱없이 적으며 증설될 필요가 있다. 자치대학은 등록금을 기본 재정원으로 하되 외부 기부금으로 재원을 충당하며, 재단 없이 대학 구성원들이 운영하는 형태의 대학으로 사학법인의 독점적 권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 교육부가 구조개혁의 표본으로 삼고 있는 외국사례에 대한 견해는.

교육부는 정부의존형 사립대학이 많은 영국이나 국ㆍ공립대 위주의 프랑스와 같은 국가들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사례로 드는 일본의 구조개혁도, 단과대학 형태의 대학들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종합대학 형태로 통합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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