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숲출판사) 출간돼

흔히 그리스 신화를 가리켜 ‘안 읽은 사람이 없지만, 읽은 사람도 없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신화의 맛을 제대로 느낀 사람은 적다는 말이다.

 『변신 이야기』의 저자인 오비디우스는 사랑, 신화 의 소재를 즐겨다룬 로마의 작가로, 그가 후대 미술, 문학 등에 미친 영향이 커 12~13세기를 ‘오비디우스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의 작품 『변신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의 여러 이본(異本) 중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비록 로마황제인 아우구스투스를 찬양하기 위해 저술했지만 그리스와 로마 신화를 가장 충실히 담은 작품 중 하나이며 토마스 불빈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도 대부분 『변신 이야기』를 참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 중 ‘변신’주제의 250여 가지 이야기 담겨


이 책에는 디아나 여신의 나체를 봤다가 그녀의 분노를 사 수사슴으로 변한 악타이온이 사냥개에 찢겨 죽은 내용을 담은 「디아나의 알몸을 본 악타이온」, 자신이 만든  여인상을 사모한 조각가가 조각상이 인간이 되기를 빌어 소원을 이룬 「퓌그말리온의 기도」 등 그리스 신화 중 ‘변신’을 주제로 한 250여 개의 신화가 담겨 있다.

「서울대생을 위한 권장도서 100선」에 선정되기도 한 『변신 이야기』는 국내에 중역본, 편역본으로만 출판돼 왔다. 이런 점에서 라틴어 원전을 국내 최초로 번역한 천병희 명예교수(단국대[]인문학부)의  『변신 이야기』(숲출판사) 출간은 더욱 의미가 있다.

천 교수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외에 다른 작품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찾아, 작품 간의 연관성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칼뤼돈의 멧돼지 사냥」에서 ‘네스토르’라는 등장인물은 멧돼지가 달려들자 나무 위로 도망친다. 이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동일인물이 “나는 젊었을 때, 아무리 강한 적 앞에서도 물러선 적이 없다”며 장수들을 나무라는 장면을 알고 있을 때,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역자는 주석을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보충했다. 


원전의 묘미 살리고자 운문 형태 서술 체계 유지해


또 원전의 묘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표현, 문체 등을 그대로 유지한 점도 눈에 띈다. 천 교수는 “기존 작품에서는 돈호법 표현을 역자가 임의로 3인칭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았으나 2인칭 표현을 그대로 살렸고 운문 형태의 서술 체계도 그대로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2004년 한국번역학회 학술대회에서 이재호 명예교수(성균관대ㆍ영어영문학과)는 이윤기씨가 번역한 『변신 이야기』를 “원문이 아닌 영문판을 번역했고, 동쪽을 서쪽이라 번역하는 등 오역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1994년 『변신 이야기』(민음사)를 번역한 이윤기씨는 “라틴어본을 번역하지 않은 것은 라틴어에 능숙하지 않기도 하지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산문형식과 3인칭 서술로 바꿨다”고 말했다. 한아름씨(민음사)는 “천 교수는 학문적으로 접근한 것이고, 이씨는 소설가로서 신화 읽기의 대중화에 기여한 측면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천 교수의 번역본은 신학자, 철학자가 아닌 라틴어를 구사할 수 있는 문학자가 번역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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