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버틀러 지음, 조현순 옮김, 동문선, 1만 4천원

페미니즘 퀴어 이론가인 저자가 웰렉 도서관에서 한 강연문을 책으로 엮었다.

고대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 안티고네. 그는 오빠인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를 방치하라는 크레온 왕의 명령을 어기고 장례를 치른다. 그녀는 헤겔에 의해 국가의 법에 저항해 친족의 윤리를 실천한 자, 이리가레이에 의해 남성권력에 대항해 여성성을 구현한 인물로, 라캉에 의해서 국가 선을 넘어서는 숭고미의 현현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저자에게 안티고네는 친족질서의 수호자가 아니라 이성애적 가족규범을 해체하는 불순한 존재이다. 그녀는 오이디푸스의 딸이면서 동시에 누이이다, 더구나 그녀가 애도하고 자아의 일부로 보존하고 있는 오빠는 폴리네이케스이면서 오이디푸스이기도 하다.

저자에 의하면 안티고네처럼 친족ㆍ젠더 규범에 복종하는 동시에 침해하는 집단인 동성애자는 이 시대의 우울증 환자이다.
저자는 친족제도와 그 기저에 있는 이성애제도에 대해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근친상간과 이성애의 규범이 우리에게 가하고 있는 성적, 정치적 속박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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