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공대 교수 ․ 전기컴퓨터공학부

 지난 40여 년 간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하여 세계의 최빈국 대열에서 선진국 진입 문턱에 도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노동력에 의존하는 단순 제조업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을 개발하여 고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기술개발의 핵심은 창의적인 인력 확보에 있으며, 인력은 대학에서 양성해야 한다는 데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우리 대학이 사회에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충분한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예전에 비하여 교육과 연구의 수준이 상승하고 있으며 훌륭한 인력을 공급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사회에서 보는 눈은 차갑기만 하다. 학생들이 취업을 하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대학에서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해외 유명 기관에서 소위 대학랭킹을 발표할 때에도 우리나라 대학들은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에 비하여 훨씬 떨어지고 있다. 영국 ‘더 타임즈’지의 대학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100위 안에 드는 대학이 한 곳도 없으며, 가장 낫다는 서울대학교가 118위로 판정받았다. 또한 상해교통대가 선정한 500대 대학 가운데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모두 150위권 밖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평가들이 과연 정확하고 객관적이냐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연구·논문 부분에서 본다면 서울대학교는 소위 SCI 논문 편수에서 세계 34위이며, 지난 10년 동안 100위권 밖에서 수직상승하는 등 논문의 양적 면에서는 세계적 수준에 돌입하고 있다. 이공계 몇 개 분야에서는 세계 10위권 이내로 추정된다.


창의적인 인력 양성 위해
선진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 절실해


쑥스러운 말이지만 공과대학에서 최근 조사한 바에 의하면 SCI 논문 편수 등은 선진국의 어떠한 대학과 비교해도 거의 손색이 없으며 세계의 최고 명문대학이라는 MIT, Stanford 등보다도 교수 1인당 논문 숫자는 물론 전체 논문 면에서 상회하고 있는 분야가 상당히 많은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밤을 새워 연구하는 교수, 대학원생들의 노력이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과 연구 전반을 고려할 때 우리 대학과 세계 최상위권과의 격차는 아직도 크다.

우리 대학이 선진국 최상위권 대학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많은 선진국 대학들은 총장의 임기가 평균적으로 10년이 넘으며,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하는 대학은 많지 않다. 또한 대학생과 대학원생의 대부분이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도서관은 물론 다양한 정보 사용이 가능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다. 합리적인 행정 및 관리시스템과 인프라 구축 등 대학의 변화가 절실하다.

 매 4년마다 전체 교수들이 모여서 총장을 직접 선출하는 것이 대학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한 학장 역시 매 2년마다 선출하는 것이 대학의 발전에 필요한 것인지 검토해봐야 한다.

 더불어 교수의 교육 및 연구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대학의 엄정한 학생들의 성적 관리가 없이는 대학의 발전을 생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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