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진 인류학과ㆍ02

‘3ㆍ1 서울대인 비상총회’ 이후 총학생회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투쟁에 대해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에서는 학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교육투쟁의 대표적인 쟁점인 ▲상대평가제 폐지, 학점취소제 도입 등 학사관리 엄정화 반대 ▲학부대학-전문대학원 체제 전면 재논의 ▲등록금 인상분 반환에 대한 서울대인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등록금 인상분 반환에 ‘왜’와 ‘어떻게’의 의문을(박형진 인류학과ㆍ02)

교육은 ‘서비스의 공급과 가격의 지불이라는 측면에서’ 상품의 일종이다. 하지만 그 성격상 가격(등록금) 설정은 공급자(대학) 임의대로 해서 는 안 된다. 수요자(학생) 입장에서 가격 인상으로 인한 대체재 선택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며, 교육 서비스가 영리 목적으로 행해짐으로써 교육의 사회적 기능이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총학생회가 지속적으로 등록금 인상 문제를 제기하고 대학본부의 시정을 요구해온 점은 교육투쟁의 그 어느 안건보다 정당한 주장이다.

하지만 총학생회의 등록금 문제제기가 등록금 인상 결정의 투명성 보장보다는 인상의 폭에 대한 문제 제기, 무조건적인 반환 요구로 귀결되었다는 점은 유감스럽다. 인상의 부당함은 인상의 원인이 부당하기 때문이지, 그 폭이 크다는 것 자체가 부당함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물론 납득할 만큼 충분한 인상 이유를 밝히지 않은 대학본부에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인상의 부당함에 대한 판단이 분명하게 내려질 수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인상분 전액 반환을 요구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 아울러 반환에 중점을 둔 투쟁이 등록금 인상의 투명한 절차의 설립이라는 장기적인 해결책의 마련을 소홀하게 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국립대이기 때문에 정부 재정보조의 형식으로 필요한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논리 역시 재고해야 할 사항이다. 국립대는 교육 공공성의 보루이며, 정부는 이를 위해 충분한 지원을 할 의무가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교육예산을 증액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대학본부’에게 등록금 인상분 반환을 요구할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정부 예산은 국립대가 필요할 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쌈짓돈이 아니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반환의 방법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싶다. 실천단의 ‘교육투쟁 요구서’에 따르면 반환은 직접적 방법이 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등록금 인상의 가장 큰 피해자가 경제사정이 어려워 휴학까지 고려하는 학우들임을 감안할 때, 장학금을 통한 반환은 간접적이지만 가장 의미있는 방법이 아닐까? 현재까지 등록금 인상분 반환이라는 대의에 묻혀 구체적 실현 방법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면, 이제는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비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비판을 고려하지 않은 실천을 정당화해주지 않는다. 1700여 명 학우의 참여가, 비상총회의 성사가 의사논의의 종결을 의미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현재의 교육투쟁이 쟁취의 경험으로 그치기보다는, 우리의 삶, 나아가 한국사회의 중요한 부분인 교육에 대한 생산적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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