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우 법학과 석사과정

나는 비상총회를 통해 절박한 교육문제에 대한 학우들의 뜻을 모아보려 한 학생회의 문제제기의 의도가 순수했음을 믿는다. 그러나 의지의 표출이 일상적인 운동이 아니라 총회, 그것도 비상의 것이라면 그에 걸맞은 정당성이 주어질 필요는 있을 것이다. ‘비상총회’라면 그야말로 선거에서 위임된 정당성에 의하지 않고 일반 학우의 입장에서 의견을 모으고 결의하는 자리가 아니겠는가. 그런 만큼 그 토대로서의 민주적 정당성은 더욱 절박한 것이며 이는 선거에도 비할 바 아닐 것이다.

지난 오랜 기간 학생운동이 빛과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며 그 나름의 역할을 한 것은 제도 정치권이 갖지 못한 민주주의 에의 열망과 그 실천에 가장 큰 동력이 있었다고 소박하게나마 생각해본다. 그러나 이번 비상총회가 그러한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는 데에 성공했는지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확신을 할 수가 없다. 기준도 애매한 1700명보다 학생수가 많으니 적으니 하는 것은 지엽적인 문제일 것이다. 비상총회가 단순한 성토와 비판의 장이 아닌, 관악 전 학우의 의견을 대표하는, ‘의결’이 이뤄지는 데에 합당할 정도의 정당성을 갖췄는가가 가장 큰 관건이 아닐까. 그리고 학우들은 비상총회에 본부 점거라는 극단적 수단을 감행할 수 있을 정도의 정당성을 부여해 주었을까.

『대학신문』이 비상총회의 의견 수렴과 폭로의 장으로서의 의의를 무시하는 편파적 보도를 했다는 의견을 접한 바 있다. 그러나 비상총회가 단순한 성토장이 아니라 전 학우의 비상적 ‘의결기구’인 이상 이러한 비판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성질의 것이며 이러한 비판을 표출하는 것이 언론의 기능이 아닐까 한다.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총칼로 권력을 찬탈한 집단들이 항상 주장한 것은 수없는 고민 끝의 비상한 구국의 결단으로 나섰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나름대로 그들 간 시국에 대한 개탄과 비판이 있었을 것이었음에도, 또 그들을 지지한 사람들이 몇 있었음에도, 주장 자체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그들의 ‘결단’이 정당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민주적 절차를 결여했다는 점이었음을 음미해 볼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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