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속 ‘신중론’제기돼

대학가에 일제잔재 청산 바람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각 대학 일제잔재청산운동 단체들의 친일인사 명단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8일(월) 고려대 일제잔재청산위원회(고려대 청산위원회)의 발표를 필두로 민주노동당 연세대 학생위원회(연세학위), 서울대 일제잔재청산위원회(서울대 청산위원회)가 6일과 7일 각각 친일 인사 명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친일인사 선정 과정을 둘러싼 비판도 제기되고 있어 대학가 친일청산 운동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고려대 청산위원회는 지난달 14일(월)부터 2주간 고발접수와 자체 평가를 거쳐 이 학교 설립자인 김성수 전 동아일보 사장 외 9명의 명단과 그들의 친일행적을 발표했다. 선정 근거에 대해 청산위원회는 “일제에 주도적으로 협력한 행위나 일제찬양, 징병옹호 문필활동을 근거로 삼았다”고 밝혔다. 또 선정 주체와 관련해 “자체적으로 친일행적을 조사했으며 민족문제연구소 등 외부학술단체와 고려대 교수들에게 자문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연세학위도 2주의 평가 기간을 거쳐 백낙준 초대총장 외 7명의 명단과 친일경력을 발표했다. 연세학위는 “일제 치하 전쟁협력 민간단체와 조선총독부 관변단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경우를 중심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친일명단 발표에 대해 대학의 역사를 바로세우고 지식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평가도 많지만 우려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평가기간이 2주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검증의 객관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고려대 교우회는 “짧은 시간 동안 방대한 사료를 검증하고 실증적으로 평가했다고 볼 수 있는갚라고 우려를 표했으며 연세대 총학생회(총학) 관계자는 “백낙준 전 총장과 같은 일부 인사의 경우, 친일행적뿐 아니라 공로도 있는데 단편적 측면만 부각시켜 친일의 낙인을 찍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 학내 여론 수렴에 소홀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고려대 대학원생인 김정환씨는 고대신문 독자투고를 통해 “친일명단 선정이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진지하게 공론화됐다고 보기에는 캠퍼스가 조용했고, 소통 기간도 너무 짧았다”고 지적했다. 또 연세대 총학 관계자는 “일제잔재 청산운동과 관련한 학내 담론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위해 조만간 교수평의회, 본부, 학생회 등 학교 구성 주체들이 두루 참여하는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세학위 박이정엽 위원장은 “토론회는 이미 계획돼 있으며 총학의 토론회 참여 요청에 언제든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친일인사 선정 과정에서 친일청산운동단체들이 자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민족문제연구소의 박한용 연구실장은 각 대학의 발표된 명단에 대해 “예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된 인사들이 대부분”이라며 “1차 발표 시 학생들이 신중을 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각 대학 일제잔재청산운동단체들은 지난 4일(월) 서울지역 13개 대학의 청산운동단체들이 결성한 ‘민족자주 수호, 일본대사 추방, 친일잔재청산 서울지역 대학생 운동본부(가칭)’ 활동을 통해 타대학과의 연계를 강화할 예정이며, 서울대 청산위원회 등은 차후 2차 친일인사명단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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