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의 자연대 교수ㆍ물리학부

서울대는 전세계 대학과 경쟁해야 하므로 충분히 준비된 학생들이 입학해야 한다. 단지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입학시켜야 한다.

입시제도 개선을 이야기할 때 심심찮게 인용되는 문장이 “현 제도로는 아인슈타인도 서울대에 들어가지 못하므로 제도를 고쳐야 한다”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본고사식 면접은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며 논술만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계열 학생도 논술만을 이용해 평가ㆍ선발한다면 아인슈타인도 서울대에 들어올 수 없다. 인문ㆍ사회 계열에서 논술이 필요하다면, 서울대 자연계열에서는 심도있게 준비된 수학이 필요하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은 자연과학의 역사를 바꾼 대표적 인물이다. 이들은 수학 기초가 준비된 학생이었다. 뉴턴은 22∼24세때 미적분학, 만유인력의 법칙, 빛의 입자설 등을 완성했다. 뉴턴이 수학을 배워가면서 완성했었겠는가? 그렇지 않다. 이미 1660년대 초반, 대학 3∼4학년 때(요즘 고등학생 나이에 해당) 집중적으로 유클리드 기하학을 공부했다. 아인슈타인도 츄리히 공대 재학 시 수학자 밍코프스키의 도움을 받아 누구보다도 더 깊게 수학의 기초를 닦았다. 그러나 만물박사가 아닌 뉴턴과 아인슈타인은 어렸을 때 천재라 불리지 않았다. 단지 그들은 탁월한 분야에서 동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특출했기 때문에 천재라 불린다. 우리는 그들처럼 중요한 부문에서 충분히 준비된 학생이 있다면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논술만이 허용되면 자연과학 분야의 뉴턴, 아인슈타인을 서울대에 입학시킬 수 없다.

입학에 관한 한, 대학의 완전 자율권 그리고 자연계열의 자율권이 꼭 필요하다. 서울대 입학사정이 지금까지 매우 공정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권력과 재력이 막강해도 시험 결과에 의하지 않고서는 자녀들을 서울대에 입학시킬 수 없었다. 입시에 관한 완전 자율권이 서울대에 주어져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내가 서울대에 입학하는 모든 학생들이 뉴턴, 아인슈타인과 같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듯이, ‘교육 전문갗들도 논술만이 허용된다는 논리로 자연과학 분야에서 특출한 천재성을 지닌 학생들을 자르지 않기를 바란다. 뉴턴, 아인슈타인과 같이 고교시절부터 충분히 준비된 학생들이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도록 제도의 개선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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