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기술 확보 위해 노력 중

 우주ㆍ천체 현상을 연구하는 순수과학인 천문학과 위성, 발사체, 탑재체 기술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우주공학을 통틀어 ‘우주과학’이라 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우주개발에 적극 나선 우주과학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술이 많이 뒤진 상황이나 90년대 이후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오는 26일에는 독자 개발한 ‘과학기술위성1호’가 발사될 예정이다. 이번 기획은 우주과학기술의 국내 현황에 대해 알아본다.

20세기 이후, 단순히 우주탐사의 수준을 넘어 우주환경을 이용하는 단계에 이르면서 적극적으로 우주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우주개발은 지구 주변을 포함하는 우주공간에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 등 각종 기기들을 궤도 상에 올려놓고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인공위성을 이용한 우주개발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목적 이외에도 우주․천체 관측, 정보통신서비스나 기상예보 등을 가능하게 해 기술 보유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인공위성기술을 보유하려면 위성의 개발과 더불어 위성을 우주궤도로 올려 줄 발사체 및 이러한 기술개발의 전초 기지가 되는 발사장이 필요하다.


이미 미국과 러시아는 5, 60년대부터 냉전시대 국력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인공위성과 발사체 개발을 시작했다. 7, 80년대에는 통신위성 등 우주과학기술의 실용적 용도 수요가 증가하면서 프랑스, 중국, 일본 등이 우주개발에 적극 참여해 현재 자체 우주발사체에 의한 위성발사에 성공했다. 또 75년 유럽은 유럽우주기구를 발족해 국가간 협력을 통한 기술 발전을 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92년 과학 실험용 위성인 우리별위성을 개발하고 95년에야 실용위성을 도입하는 등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기술 연구가 매우 뒤진 상황이다. 인공위성과 발사체 개발 분야 기술은 위성을 통해 해당 국가의 허락 없이 지구상 모든 곳을 감시할 수 있고, 발사체가 미사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국가적 안보 문제 때문에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자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한 상태다. 이에 정부는 96년 위성체, 발사체, 발사장의 자력 확보를 골자로 하는 ‘국가우주개발중장기기본계획’(중장기계획)을 발표, 그 첫 걸음으로 작년에 액체추진로켓을 개발하고 지난 8월 우주센터 기공식을 열었으며 오는 26일에는 독자 개발한 ‘과학기술위성1호’를 러시아에서 발사할 예정이다.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매우 뒤져... 
우주과학기술 자립하려면 위성발사를 총괄해보는 경험 필요

▲ 위성체

위성체는 △궤도 및 자세 제어장비*, 열제어기*, 추진기* 등 인공위성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위성 본체(Bus)와 △카메라, 우주망원경 등의 관측 장비 및 통신 부품 등 위성의 역할을 결정하는 탑재체(payload)로 구성된다. 김승조 교수(기계항공공학부)는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은 위성 본체를 독자적으로 설계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설계와 실제 발사는 다른 문제다. 아주대 김두환 교수(우주계측정보공학)는 “위성의 설계 기술을 통합하고 더 가볍고 안전한 것을 만들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는 26일 중장기계획에 의거해 처음으로 발사할 예정인 ‘과학기술위성1호’는 국내에서 독자 개발한 최초의 위성이다. 미국에서 관련 기술을 이전받아 국내 기술진이 만든 첫 우주망원경을 탑재체로 실었으며, 별의 위치를 관측해 위성의 자세를 제어하는 별감지기를 개발했다. 앞으로 이 기술은 다른 실용위성에도 이용될 전망이다.


지구를 관측하는 저궤도위성인 다목적실용위성의 경우, 2004년 발사 예정인 ‘다목적실용위성2호’가 국내 주도로 개발되는 첫 위성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이상률 박사는 “미국 주도 하에 99년 공동개발한 ‘다목적실용위성1호’(아리랑1호)와 달리 2호는 우리나라가 총책임을 지고 전체 시스템을 총괄한다”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과 공동개발하는 2호의 탑재 카메라는 그 해상도가 흑백 1m로 실용위성급에서는 99년 미국이 개발한 것과 같은 수준이다. 이는 위성 사진을 찍었을 때 지상 1m 단위까지 측정가능한 수준의 해상도이다. 작년 미국은 카메라 해상도 흑백 61cm까지 상용화에 성공했다.


한편 2008년에는 우리나라도 통신해양기상위성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기상위성이 없는 우리나라는 이번에 큰 피해를 입은 태풍 ‘매미’의 진로 역시 미국 기상위성을 통해 예측할 수밖에 없었다. 통신해양기상위성은 700km 고도에서 공전하는 무게 1톤 미만 저궤도위성과 달리 3만6천km 고도에서 공전하는 무게 2.5∼3톤의 정지궤도위성이다. 항우연의 김정훈 박사는 “현재 우리나라는 정지궤도위성 본체, 열제어․추진계 부품, 관제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며 “다만 지구와 멀리 떨어진 위성의 위치를 정확히 잡기 위해 정밀한 자세제어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발사체(로켓)

위성을 우주공간에 띄우는 역할을 하는 발사체는 미사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 등 기술 선진국이 85년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를 구축해 관련 기술과 부품의 수출을 극히 통제해 온 분야다. 우리나라는 2001년 MTCR에 가입했으나, 한반도 분단 상황에 따른 전쟁 위험 때문에 미국이 기술 이전을 꺼리고 있어 발사체 기술을 확보해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11월 액체추진 소형과학로켓 KSR-III의 개발은 비록 초기단계 로켓이긴 하나 로켓 엔진을 국산화하고, 로켓의 발사 후 자세나 속도, 위치 등을 파악해 정밀하게 조정해 주는 유도제어기술 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KSR-III를 개발했다고 지금 인공위성 발사체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항우연의 박정주 박사는 “규모가 큰 인공위성을 높은 고도에 띄우려면, KSR-III보다 크고 가벼우며 정밀도가 높은 발사체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5년 발사 예정인 소형 위성 발사체 KSLV-I을 자력 개발하기 위해 KSR-III에 사용한 가압식 엔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추진력이 센 터보펌프식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가압식’은 미리 탱크에 주입한 고압의 가스가 연료와 산화제를 밀어내 분사하는 방식이고, ‘터보펌프식’은 펌프가 초고속으로 회전해 연료와 산화제를 밀어내는 방식이다.


▲ 발사장

위성을 발사체에 실어 우주공간에 자력으로 발사하기 위해서는 자체 발사장의 확보가 필수다. 이에 우리나라는 지난 8월 기공식을 갖고,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 우주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우주센터는 2단계로 건설될 예정인데, 1단계로 2005년까지 100kg급 저궤도위성 ‘과학기술위성2호’ 발사를 위한 시설 및 장비를 구축하고 2단계로 2010년까지 1톤급 다목적실용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13번째 위성발사장 보유국이 된다.


우주센터는 위성을 발사하는 기능뿐 아니라 발사체와 위성의 최종조립 및 기능점검, 발사 후 위치 추적, 데이터 송수신 등의 작업을 한다. 그런데 발사 후 발사체의 위치를 추적하는 데 필요한 레이더, 광학측정장비 등은 전세계적으로도 만드는 곳이 적고, 국내 개발비용이 엄청나 장비 구축에 어려움이 있다. 현재는 위성에서 수신한 자료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부분만 자체 개발 중이다.

 

[용어설명]

*궤도 및 자세 제어장비: 위성체를 원하는 위치 및 자세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열제어기: 극저온 공간과 태양열 그리고 우주의 유해한 광선들이 공존하는 우주환경으로부터 위성체를 보호하기 위해 태양자외선 및 복사열을 차단하고, 내부에서 발생한 열을 방출해 위성체 내의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추진기: 자세제어계에서 위성의 궤도나 자세를 조종할 때 사용하는 추진기관.

그룹구분국가
A그룹자체로켓 발사능력 및 위성개발능력 보유국가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일본, 인도, 중국, 이스라엘
B그룹위성개발능력 보유국가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브라질
C그룹부분적 로켓 및 위성개발능력 보유국가오스트리아, 덴마크, 벨기에, 핀란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D그룹최근 연구개발 착수 국가한국, 인도네시아, 호주,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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