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살인은 증거를 남긴다』 (브라이언 어니스 지음, 휴먼 앤 북스) 발간

1970년대 미국 메릴랜드의 61미터 고층빌딩에서 한 여자가 추락사한다. 과연 이 여자의 죽음은 자살인가, 사고사인가 아니면 타살인가.

법의학자들은 이 여자와 똑같은 키와 몸무게의 인형을 제작해서, 발을 헛디뎠을 경우, 스스로 몸을 던졌을 경우, 누군가에게 떠밀린 경우를 각각 실험한다. 만약 여자가 스스로 몸을 던졌다면 시체와 건물 외벽 사이는 4.3미터 정도가 된다. 그러나 실제거리는 5미터 이상, 즉 누군가에 의해 떠밀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결국 아내의 10만달러 생명보험금의 수혜자였던 남편은 자신이 아내를 떠밀었다고 자백했다. 

추리소설에서 나옴직한 이 사건은 실제 사례이다. 최근 출간된 법의학 소개서 『모든 살인은 증거를 남긴다』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실제 범죄 수사과정들이 실려 있다.

400만 개의 비행기 파편 조사 끝에 카세트 플레이어가 폭탄이었음을 밝혀내 범인을 찾아낸 팬암 여객기 폭발사건, 정부 고위층 부정사건 조사 중 자살로 처리된 공무원의 시체부검을 통해 타살임을 밝혀낸 핸리 마샬 사건, 시체를 싸고 있던 양탄자의 곰팡이, 개털, 희귀한 나무의 씨를 통해 범인을 찾아낸 브래들리 사건 등 미궁의 사건들을 과학적 단서로 풀어냈던 법의학자들의 활약이 담겨 있다.


실제 범죄 사건 분석해 법의학 지식 설명


“가까운 거리에서 사격할 경우 화약 입자는 상처 주변의 피부, 옷에 특정한 자국을 남긴다. 만일 희생자를 정면으로 겨누고 쏘았다면 이 무늬는 둥근 모양으로 나타난다.”
“범인이 유리창을 깨고 침입할 경우, 깨어진 유리조각은 범인의 옷 어딘가에서 반드시 검출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섬유 조직에 박혀 있는 작은 파편들까지 없앨 수는 없다.”
저자는 탄도학, 독극물학, DNA 지문감식법, 몽타주, 필적학 등이 실제 범죄수사에 이용된 예를 통해 법의학 지식을 설명한다.


범죄 소설가인 저자가 재치 있는 글솜씨 발휘해



미국의 인기 드라마 ‘CSI과학수사대’ 등을 통해 법의학은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분야가 아니다. 이 책은 과학적 수사 기록이 담긴 생생한 사진, 실제 사례들을 통해 어렵지 않게 법의학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 생화학을 전공한 범죄소설가인 저자 브라이언 이니스의 재치있는 글솜씨도 읽는 재미를 더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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