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심의를 앞둔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

▲ © 금기원 기자
우리나라 호주제에 큰 영향을 준 일본은 이미 12년 전에 자녀가 어머니의 성도 따를 수 있도록 민법을 개정했다. 또 아버지 의 성을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도 대부분의 주에서 부부가 합의해 자녀의 성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호주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다.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안(개정안)의 국회심의를 앞두고 호주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그 동안 여성계를 중심으로 호주제의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법무부는 이달 초 "현실의 가족생활에 부합하는 선진적이고 평등한 가족제도를 구축한다"는 취지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오는 24일(수)경 국회에서 심의될 예정이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될 경우 빠르면 2006년 부터 전면 시행된다.


법무부에서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현행민법의 호주관련 규정들을 삭제하고, 이혼하거나 재혼한 여성의 자녀가 전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라야 하는 '부성강제조항'에 예외조항을 두어 법원의 허가를 얻으면 어머니 성이나 새아버지 성으로 바꿀수 있게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개정안이 이번 정기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찬반양론이 격렬할 뿐만 아니라 유림과 일부 시민단체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가족법 연구소의 김준원 교수(광주대·법학과)도 "호주제는 가족관념을 법적으로 규정한 것"이라며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강정희 상담위원은 "보수적인 색채를 띤 한나라당과 자민련 소속 의원들이 국회의 과반수가 넘고, 다른 의원들도 지역구 민심을 이유로 호주제 폐지에 소극적"이라며 회의적인 의견을 밝혔다.


한편 여성계를 중심으로 호주제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가부장적 불평등 구조를 상징하는 호주제는 마땅히 사라져야 할 뿐 아니라 이미 현실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법무부 '가족법개정 특별분과위원회'에 참여했던 양현아 교수(법학부)는 "현재 이혼하는 부부가 결혼하는 부부의 1/3에 달하고 있다"며 "법도 이혼과 재혼 등 바뀐 가족구조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실시한 '호주제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는 의견이 9534명의 응답자 중 70.2%에 달해 호주제 폐지가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여성계는 올해 안에 호주제를 폐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10월 3일(금) 시청 앞에서 호주제가 폐지된 양성 평등한 새 나라를 바란다는 뜻에서 '제2의 개천절'을 선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식민지 시대를 포함해 80년 이상을 지속돼온 호주제가 과연 폐지될 것인지 국회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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