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7호~1652호 문화면 연재기획 '커튼뒤의 사람들'을 읽고
고건혁 인디레이블붕가붕가레코드 대표(심리학과ㆍ00)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에 꾸며진 무대는 적어도 수천 개쯤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무대마다 커튼이 있을 것이고, 그 커튼 뒤에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어떤 무대를 고르고 어떤 커튼 뒤를 들춰볼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중요한 문제가 된다.

『대학신문』의 기획 ‘커튼 뒤의 사람들’의 문제도 결국은 선택이다. 『대학신문』은 수천의 무대 중에서 가장 일류라고 할 만한 곳을 골랐다. 일급의 방송사부터 국내 최고 수준의 마스터링 스튜디오까지. 아마 애초의 기획 의도는 문화계에서 빛이 안 드는 곳을 조명한다는 것이었을텐데, 이것은 옳은 선택인가? 물론 이들이 받는 시선이 ‘커튼 앞의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류의 무대에서 일하는 이들이고, 굳이 『대학신문』이 다루지 않아도 이들이 받는 조명은 적지 않다. 단적으로 「씨네21」이나 「객석」 등의 잡지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대학신문』 문화면에 대한 전반적인 불만은 그 시야의 대부분이 대학-서울대가 아닌 대학 바깥-일류의 무대로 향해 있다는 것이다. 분명 대학 안에도 문화현장이 있고 그 현장이 바깥의 그것에 비해 더 많은 조명을 필요로 하는데도 굳이 기성 매체에서 다루고 있는 영역에 대해 이야기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더군다나 기성 매체보다 나을 것 없이 소재에 대한 피상적인 접근에만 머무르고 있는 수준에서야.

대학문화현장이 쇠락했으나 아직 적잖은 이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그 나름의 성취를 쌓아가고 있다. 이를테면 훌륭한 무대 디자인으로 유명한 ‘미대극예술연구회’의 스탭이나 노래패 ‘메아리’에서 음향을 맡고 있는 이에 관한 얘기를 싣는 기획은 어떨까. 이러한 기획은 대학 내 문화생산자들의 작업을 대중들과 매개하고 한편으로는 생산자들을 자극하여 더 나은 산물을 낳게 할 수도 있다. 이때 『대학신문』은 문화 생산을 겉에서만 핥고 있는 관찰자가 아니라 직접 대안적인 문화 흐름을 만드는 생산자가 된다. 나는 여전히 대학이 대안문화의 생산지가 될 수 있다고 믿고, 거기에 학내 매체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대학신문』의 시선이 대학으로 향했으면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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