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유일한 미수교국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로 꼽히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중심.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가 공존하는 이슬람 국가.


'시리아 아랍 공화국'(시리아)은 아시아 대륙이 서쪽으로 뻗치다 지중해에 두 발을 담그는 지점에 자리한 까닭에 일찍이 비단길의 종착지로 동서 문명이 서로 만나는 곳이었다.


북으로는 터키, 남으로는 이라크와 요르단, 서쪽 일부는 레바논·이스라엘과 살을 맞대고 있는 시리아는 이들과 크고 작은 분쟁으로 관계가 얽혀 있다. 유프라테스 강이 지나는 터키, 이라크와는 부족한 물을 둘러싸고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고 이스라엘과는 영토를 두고 '중동전'으로 일컬어지는 전쟁을 치른 바 있다. 시리아는 이스라엘로부터 레바논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레바논에 대규모 군대를 주둔시키고 레바논의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으며 특히 여행자의 여권에 이스라엘 입출국 스탬프가 찍혀 있으면 비자 발급을 거부할 정도로 이웃나라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슬람 국가인 시리아는 국교를 맺고 있는 미국으로부터도 따가운 시선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가 미국의 안보와 중동평화를 위협하는 '하마스'를 비롯한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시리아는 이웃 나라 이라크의 후세인 축출 직후 미국의 다음 공격 목표로 거론되기도 했다.


시리아는 한국에게 중동 지역 유일의 미수교국으로 남아 있지만 두 나라는 이미 오래 전에 인연을 맺었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이전인 1947년, '유엔 한국임시위원단(UNTCOK)'에 시리아가 참여한 바 있다. 1947년 유엔 총회가 정부 수립을 위한 총선거 감시 업무를 수행토록 '유엔 한국임시위원단'을 구성했을 때 시리아는 위원국으로 선임돼 서울에 대표를 파견했다.


한·시리아 간에 아직 국교 관계가 수립되지 않은 데에 대해 시리아를 관장하고 있는 주 레바논 한국대사관 측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라고 답변했다.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경제적으로 개방돼 한국 제품이 활개를 치고 있지만 시리아가 북한과 오랫동안 혈맹관계를 맺어 왔기 때문에 북한이 허락하지 않는 한 남한과 수교를 맺는 것은 꺼리고 있다"며 "정치적으로는 아직도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외교 관계가 없는 한국과 달리 북한은 냉전 시기 친소 사회주의 노선을 견지해 오던 시리아와 1966년 7월에 수교했으며, 북한이 중동전쟁 때 군사 지원을 함으로써 두 나라의 관계는 더욱 강화됐다.


하지만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해오던 시리아 사회도 최근 서서히 변화를 꾀하면서 시리아 사람들은 한국 제품을 통해 한국을 만나고 있다. 시리아 사람들은 한국산 자동차로 메소포타미아 문명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유서 깊은 거리와 골목을 질주하고, 한국산 TV에 접시 모양의 위성 안테나를 달고 세계를 들여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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