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예 지음, 문학동네, 9500원

상징과 은유가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저자의 단편 모음집. 2002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뱀장어 스튜』를 포함, 작가가 각종 문학지에 발표한 소설 9편을 만날 수 있다.

『꽃게 무덤』은 실연 때문에 자살하려는 여인을 구해 1년간 동거했던 남자의 이야기이다. 게장 알레르기가 있던 남자는 여자가 간장 게장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즐기게 되지만 그들은 여자의 옛 연인 사진을 계기로 헤어지게 된다. 그는 떠나버린 여인의 빈자리를 속살은 먹고 껍데기만 수북히 쌓인 꽃게 무덤처럼 느낀다.

이 소설에서 저자는 게장을 쪽쪽 빨며 탐닉하는 모습에 성적 상징성을 부여하고, 속살만 먹고 껍질만 남는 게장의 특성을 통해 사랑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이밖에도 외도를 일삼는 부인과 그의 과거 상처까지도 아껴주는 남편을 통해 복잡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 『뱀장어 스튜』, 몇 번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연인의 사랑을 강물의 지속적인 이미지로 그린 『물의 연인』 등을 통해 소재의 뛰어난 상징성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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