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체제, 대중들이 동의하고 지지한 것?
박정희 체제, 대중들이 동의하고 지지한 것?
  • 차병섭 기자
  • 승인 2005.05.07 2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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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현 교수의 대중독재론에 대한 논쟁

임지현 교수(한양대ㆍ사학과)가 제기한 ‘대중독재론’에 대해 『역사비평』 2004년 여름호에 조희연 교수(성공회대ㆍ사회학)가 반박을 실으면서 시작된 논쟁이 해를 넘기며 이어지고 있다. 조 교수가 『역사비평』 2005년 봄호에 「박정희 체제의 복합성과 모순성-임지현 등의 반론에 대한 재반론」을 게재한 데 이어, 「교수신문」에 이병천 교수(강원대ㆍ경제학과)가 임 교수 주장에 대한 비판을(3월 28일자), 박태균 교수(국제대학원)가 이번 논쟁에 대한 논평(3월 21일자)을 실은 것이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교수신문」(4월 25일자)에 재반론을 실었다.

대중독재론은 독재를 소수의 독재세력에 의해 다수의 민중을 억압한 체제라고 파악하는 관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대중독재론의 주창자인 임 교수는 대중들의 동의와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독재가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최근의 논쟁은 박정희 체제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 교수는 박정희 체제 초기에는 경제 발전이 최우선시되면서 체제에 대해 대중이 어느정도 동의했지만 경제적 근대화를 달성한 이후에는 계급적 모순의 심화, 정치적 민주화에 대한 열망 등에 따른 저항에 부딪쳤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체제를 시기별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균열적, 저항적 측면에 주목하는 조 교수의 견해는 강제와 동의, 지배와 저항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대중독재론은 파시스트 헤게모니를 과장인식할 우려가 있다”는 조 교수의 비판에 대해 임 교수는 “과장인식보다 과소인식이 더 위험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임 교수가 “파시스트 헤게모니를 계량화하는 것은 현재 연구 수준에서 불가능하다”고 언급하자 박태균 교수는 “「사상계」 등 1960년대 지식인 잡지에 실린 글을 통해 실증적 연구가 가능하며, 논쟁에 앞서 사회현상 분석을 통해 그 시대에 대한 검증 작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사관 개입 없이 객관적인 실증 연구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청산 문제와 맞물려 대중독재론 논쟁 주목받아



이 논쟁이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한국 사회에서 ‘박정희 신드롬’이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3일(목) 과거사법이 통과되면서 ‘과거 청산’ 문제와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박 교수는 “현재 임 교수의 주장이 박정희 독재 정당화 논거로 이용되고 있다”며 “좌파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더라도 우파에게 이용당한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조 교수는 “이 논쟁은 보수 대 진보 구도가 아닌, 포스트 독재담론 대 혁신 반독재 민주담론의 성격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의 동의 문제, 탈민족주의적 성찰의 당위성, 박정희 독재 혹은 파시즘을 넘어서기 위한 근대성 자체의 질곡 등 임 교수의 문제의식에는 동의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모두에게 책임이 있으니 법적 청산은 불가능하고, 인적 청산 방식은 다수 구성원에게 면죄부를 부여할 것이라는 임 교수의 논리는 지나친 과장이다”고 말했다. 조 교수도 “성찰적인 과거 청산은 제도적 과거청산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과거청산이 천황제가 존재하는 일본, 패전 후 승전국에 의해 과거청산의 틀이 만들어진 독일과 달리 아래로부터의 저항에 의해 ‘대중독재적 헤게모니’가 균열되는 전형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의 과거청산을 둘러싼 갈등은 1987년 민주화 이후 투쟁의 부분적 결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한나 아렌트의 독일 과거청산에 대한 연구를 예로 들며 “아렌트의 연구는 역사 담론이 사법적 담론으로 환원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탈민족주의 담론 대안 있나 실증적 연구 필요 지적도



이 교수는 임 교수의 탈민족 담론에 대해 “대중독재론은 국민국가 및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과 합류해 주권독재론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그는 주권독재론에 따르면 국민주권뿐 아니라 인민주권과 대중민주주의조차 억압적 반대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임 교수의 논리에 따라 민족주의, 국사를 해체할 경우 대안이 없다고 주장한다. 조 교수도 “탈민족주의적 지향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이런 선험적 기준을 절대화하면서 독재와 반독재, 보수와 진보를 동일한 극복대상으로 설정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임 교수는 “국민국가를 비판한다고 해서 당장 현존 국가체제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홍석률 교수(성신여대ㆍ사학과)는 “대중독재론은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시 유신헌법이 높은 찬성률을 보인 것은 경쟁이 배재된 상태였기 때문이며, 대선, 총선 등의 투표율을 보면 여당 지지가 높지만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이상록씨(한양대ㆍ사학과 강사)는 “논쟁도 의미가 있지만, 실증적 연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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