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문화에서 생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

 

◇ 생리로 인한 일상의 불편

사회대 02학번 여학생 A씨는 지난 학기 학회 엠티에 참여했다. 그러나 즐거워야 할 엠티는 A씨에게 되려 ‘고통스러운 것’이 되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엠티 날짜와 생리 날짜가 겹친 것이다. 게다가 좁고 지저분했던 화장실 때문에 더욱 고생했다는 그는 “샤워는 꿈도 꾸지 못했다”고 전했다.


사범대 98학번 B씨는 여름 방학동안 포스코IB에 수영강좌를 신청했다. 그러나 그는 13번의 강습 시간 중 3번이나 생리 때문에 결석해야 했다. 그는 “여학생은 틀림없이 생리로 인해 2∼3회는 강습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생리 후 다시 강습에 참여했으나 다른 사람들보다 진도가 느려 애를 먹었다고 그는 토로했다.


생리가 시작되면 일부 여성들은 고열과 복통을 호소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냄새가 심해져 반드시 샤워를 해야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샤워장 신설이 포함된 학생회관‘여학생 휴게실’의 리모델링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휴게실 앞에서 만난 인문대 C씨는 “생리 때마다 샤워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는데 생긴다니 기쁘다”며 환영했다.


위와 같은 사례는 일상에서 편하게 생리를 말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같은 불편함을 떨치고, 진정한 여성성을 찾고자 하는 작업은 학내에서 종종 있어왔다. 가장 두드러진 예가 바로 ‘생리대함’ 설치다. 현재 생리대함은 인문대와 사회대를 중심으로 몇몇 과방에 비치돼 있다. 그러나 모두가 성공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대에서 과 학생회장을 지낸 D씨는 “처음 과방에 비치했을 때 ‘이게 뭐냐’라는 반응이 많았다. 생리대를 스스럼없이 들고 다니지 못하는 분위기와 신기하게만 바라보는 시선들 때문에 결국 폐지했다”고 말했다.


▲ © 이상윤 기자
◇ 생리, 결국 부끄러운 것인가·

일반적으로 ‘생리는 부끄러운 것이니 최대한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하는 것이 미덕’인 것으로 인식한다. 생활대 E씨는 생리의 불편함에 관해 묻자 “굳이 드러낼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신림동 고시촌 한 편의점의 남자 점원은 “생리대를 구입하면 까만 비닐에 담아주곤 한다”고 말했다.


여선경씨(심리학과·2)는 “‘감춤의 미덕’은 곧 하나의 고통이나 억압으로 변질된다”고 지적한다. 그는 “불편함을 불편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생리 문화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취재과정 중에 만난 30여 명의 여성들 중 한명도 빠짐없이 ‘생리는 고통의 과정이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들 중 대다수는 기사 중의 실명화는 거절했다.


생리의 여성성 긍정의 방식에도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그 예로, 생리에 관한 인식 전환을 주제로 매년 열리는 ‘월경 페스티벌’을 들 수 있다. ‘월경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박연주씨(경영학과·0)는 “자신의 여성성을 긍정하는 것 자체에는 동의하나 표현 방식에 있어서는 여전히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 같다”고 전제한 뒤, “생리에 대한 여성들의 사회화 과정이 사실상 감추고 부끄러워 해야 할 것으로 체득됐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생리를 무언가 쇼킹하고 자극적인 것, 더 나아가 성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현상은 생리 문화가 얼마만큼 왜곡돼 사람들에게 내면화 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 문제는 몰이해와 관습

생리 문화의 중심에는 결국 생리 현상에 대한 몰이해와 자신의 여성성을 억누르도록 조성된 관습이 있다.

여선경씨는 “지금과 같이 생리에 관한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면 생리의 고통은 여성만의 짐으로 남을 것”이라며, “이는 결국 생리란 여자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리에 관한 몇 가지 견해 

▲생리대 광고에 대한 견해

우리나라에서 생리대 광고가 시작된 것은 지난 95년이다. 초창기 광고는 주로 밤 시간대에 머물러 있다가 차츰 방영시간의 폭이 넓어졌다. 그러나 생리대 광고가 주로 ‘잘 감추는 것’을 강조해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화여대생 홍성희씨는 “광고는 월경이라는 현상을 신비화했다”며 “일반적으로 금기시되고 오염(더러움)으로 인식되는 월경현상을 단번에 전복시킬 수 있는 방법은 신비화였을 것”이라 꼬집었다

▲ 생리대는 몸에 안전한가

국내에서만 연간 29억개(여성민우회 조사. 2002년)씩 팔려나가는 생리대의 원료는 사실상 알 수 없다. 실제로 제조업체 문의 결과 ‘대외 비밀’이라는 이유로 말해주지 않았다. 한편 미국에서는 질 속에 삽입하는 생리대, 일명 ‘탐폰’에 대한 다이옥신 검출 논란이 있기도 했다. 탐폰은 ‘자궁 내막질’ 등의 부작용이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리대 vs 1회용 면도기

현재 우리나라는 조세부담의 역진성 완화와 사회복지적 차원에서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면도기는 세법 상 ‘생활필수품’으로 지정돼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 그러나 여성의 생활필수품인 생리대는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 아니어서 1회용 면도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비싸다. 지난 4월 여성 민우회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90.3%가 ‘생리대 가격이 비싸다’고 응답했으며, 92.6%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돼야 한다’고 답했다.

▲반영구적 생리대는 환경보호용?

반영구적 생리대가 환경보호를 위해 제작돼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맞는 말이다. 실제로 1회용 기저귀와 생리대는 그 양이 많고 썩는 기간이 길어 문제가 되곤 했다. 그러나 반영구적 생리대에 대한 논의는 여성의 몸에 안전한 생리대를 제작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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