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극회 여름 연극학교

  학생들이 드문 한여름 오후, 정적에 휩싸인 것 같은 캠퍼스지만 나무 그늘이 드리운 인문대 한 켠에 자리잡은 작은 인문극회실에서 울려퍼지는 학생들의 웃음은 정적을 깨뜨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당신은...정말... 아름다우시군요."

 "야, 너 정말 느끼하게 연기 잘 한다~!"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 간다는 내용의 연극 '아폴로'의 대본을 읽는 초짜 연극인들은 여인들의 미모를 칭찬하는 주인공의 대사에 차마 웃음을 참지 못하고 와르르 웃음을 터뜨리곤 한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서도 그들의 얼굴이 사뭇 진지한 이유는 그들이 참여한 이번 '여름연극학교'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인문대 연극 동아리 '인문극회'에서는 "그동안 방학 중 동아리 내 연극 교육 프로그램은 종종 있었던 반면 회원이 아닌 일반인을 위한 연극 학교는 없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번 연극학교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인문극회장 이경태씨(인문대기초과정 02)는 "연극반을 좀 더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 동아리에 들지 않고도 연극을 배우며 직접 느껴보길 바랐다"며 연극학교를 열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초보자라고 해서 이들이 느슨한 자세로 임했으리라고 넘겨 짚었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나이도, 전공도 다르지만 연극을 해보겠다는 열정 하나로 뭉친 15명의 학생들은 11일(금) 워크샵 공연을 올리기까지 자그마치 4주 동안 성실하게 연극 학교의 출석부에 동그라미를 그려 넣었다. 이들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구원인 두 강사(최동민, 이영석)와 인문극회원들과 함께 신체를 자유로이 움직이는 법, 연기 기본기 다지기, 대본을 읽고 실제 작품을 연습하는 것까지 연극을 배우기 위한 코스를 숨가쁘게 밟았다.


  물론 처음 배우는 연극이 쉬웠을 리 없다. 무더운 강의실을 빌려 연습하면서, 마음에 드는 장면이 연출되지 않을때마다 몇 번이고 같은 장면을 되풀이해야 했다. '안티고네' 팀 연습 도중, 배우들은 소품인 탁자를 이용해 어떻게 안티고네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배우는 정말 안티고네가 된 것처럼 좀 더 큰 목소리로 대사를 내뱉고, 탁자를 쾅 내려치며 크레온을 향한 자신의 분노를 표현한다.

  망설이는 배우에게 떨어진 강사의 한마디.

   "믿고 하면 돼. 자신에게 회의하지 마세요!"


  이 모든 과정을 거친 연극학교 학생들은 마지막 날, 팀별로 자신들이 만든 연극 '안티고네', '청혼', '위험한 커브', '아폴로'를 올렸다. 가끔 대사를 잊고 당황해하기도 했지만, 비극적인 장면에서는 눈물이 날 만큼, 부조리한 장면에서는 얼굴을 찌푸릴 만큼,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에서는 웃음을 참지 못할 만큼 이들의 무대는 열기로 가득했다.


  이번 연극학교에 참여한 신현진씨(생명과학부 00)는 "졸업 전에 새로운 일을 해 보려는 열정으로 참여했다"며, "직접 배우가 돼 보니, 연극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대사를 읽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극의 주제를 찾아가며 창의적으로 연극을 만들어가는 것임을 알았다"고 뿌듯해 했다. 참여한 학생들 못지 않은 큰 열정으로 연극을 지도한 강사 최동민씨는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대중예술에만 익숙해진 학생들이 이번 체험을 계기로 자신을 표현하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여름을 달군 초보 연극인들의 열기. 이제 그들의 무대는 막을 내렸지만 연극이 끝난 후, 텅 빈 무대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그들의 표정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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