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시전형 방침이 발표됐다. 그 대강은 정시모집에 있어 변별력이 약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지원자격으로만 활용하고, 심층논술 및 면접의 반영비율을 60%로 상향조정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역균형선발, 특기자선발, 정시모집의 비율을 균등화함으로써 다양한 구성의 우수 학생을 선발한다는 것이다. 이 전형안은 내신, 학교생활부, 수학능력시험, 논술 및 면접 등의 선발기준과 방법을 골고루 활용해 정부의 정책기조를 수용하면서도 학생선발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발표한 ‘내신위주의 대입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고려할 때 서울대의 논술 강화 방안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도 하다.

물론 논술고사의 비중이 확대됨으로써 사교육 시장이 더 커지고 학생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논술고사와 면접의 비중이 커짐으로써 종합적인 사고력을 갖춘 학생 선발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심층논술과 면접의 비중을 높이는 것은 고교 교육의 정상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력은 사교육을 통한 단기간의 수험대비보다는 지속적인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대학은 스스로의 목적과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대학의 교육과 연구능력이 국가경쟁력의 척도인 만큼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획일적인 규제는 대학의 특성화 및 경쟁력 강화 노력과 상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입제도에 대한 대학과 교육부의 상이한 정책 방향은 대학입시에 대한 양자의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다. 교육부는 학교 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관점에서 대입제도개편을 추진하는 데 비해 대학은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과 경쟁력 강화라는 차원에서 학생선발의 권리를 확보하려 한다. 물론 대입제도의 변화가 교육부와 대학 각자가 바라는 목적 실현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내신위주의 대입제도를 발표하자 사교육 시장이 오히려 확대되고, 교육 현장에서는 성적 경쟁이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대학의 입장에서는 변별력이 약한 전형기준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전형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나 그 효과는 아직 확실치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각자가 지향하는 목적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다. 교육부는 학교 교육 정상화를 학교 안으로부터 시도할 필요가 있다. 학교 교육 정상화를 대입제도 개편을 통해 유도하려는 시도가 한계에 직면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학교 현장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입제도를 모든 대학의 자율에 맡기면 오히려 획일적인 대입경쟁의 폐해가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대학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지만 동시에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는 데 더 큰 힘을 쏟아야 한다. 연구와 교육에 있어 국제적인 권위를 인정받기 위한 노력은 소홀히 한 채 우수 학생만을 선발하려 한다면 그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수 학생 선발만큼 우수 인재 양성과 학문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충고도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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