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숙 미대 교수ㆍ동양화과

며칠 전 신문에서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자녀 한 명을 교육시키는 데 지출하는 월 평균 교육비가 28만 7천원이라는 통계를 제시했다. 이렇게 많이 드는 교육비 중에서도 47%가 학원에 드는 교육비였다 (한겨레신문 2005년 5월 3일자). 또한 작년에는 사교육비의 주범이 예체능 교육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문화예술계에서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교육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자녀를 교육시키기 위해 드는 사교육비의 대부분은 예체능 교육보다 치열한 대입제도 때문이다.

최근 학교교육의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대안들이 대입제도의 개선안과 교원 확충과 자질향상 등의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대입제도 개선안 중, 고등학교 1학년생들의 내신 경쟁 도입에 대해 학생들은 상대평가제도가 가지고 있는 비인간적인 경쟁체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같은 반 친구를 밟고 일어서야 자신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무한경쟁체제의 도입은 학교를 점수를 위한 전쟁터로 만들게 한다는 것이다. 친구가 경쟁자로 보이는 상황은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 시기에 얼마나 끔찍한 것인가.

그러나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혼란과 반발로 인해, 공교육을 정상화하고자 하는 장기적 목표가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학교교육은 정상화되어야 한다. 그 방향만큼은 옳다.


사교육비의 대부분은 치열한 대입제도 때문 
문화예술교육이 공교육에서 활성화될 때 정상화 가능



학교교육 정상화의 방안 중의 하나로 김 부총리가 언급한 ‘선택과 집중’에 대한 강조는 작금의 혼란된 상황 속에서 하나의 실마리를 제시해 준다. 학생의 특기와 적성을 찾아 집중적으로 계발하고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활동에 가치를 두어 ‘자신의 색깔과 향기’를 갖는 인간 양성을 목표로 하는 대입제도 제시가 그것이다.

필자는 문화예술교육이 공교육에서 활성화될 때, 학교교육이 정상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질적인 측면의 지성을 소홀히 한 교육, 다시 말하면 은유적이고 정서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은 절름발이 교육에서는 창의적이고 자신의 색깔과 향기를 가진 인간이 양성될 수 없다.

교양과정‘미술의 이해’ 수업을 진행하면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중ㆍ고등학교에서 미술수업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반 수 이상이었다.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문화예술 교육은 입시교육에 밀려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중ㆍ고등학교에서 입시위주의 파행적 교육을 받은 대학생들은 자신의 지각과 감성에 대해 확신과 표현력을 전혀 가지지 못한다. 미술교육을 통해 미적인 형태를 창조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미적 지각력을 계발하고 문화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오로지 입시공부에만 신경을 쓰는 학교교육 속에서는 자신의 독특한 색깔과 향기를 가진 인간이 양성될 수 없다. 전인교육이 자리잡을 수 없는 오늘날 우리나라 공교육의 풍경을 넘어 설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와 교육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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