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의 접착제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사랑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는 항상 주변 사람을 배려해야




인간은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종류의 화학물질들과 접촉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지나칠 수 없는 것은 ‘접착제(接着劑)’ 혹은 ‘점착제(粘着劑)’로 분류되는 화합물이다. 쉽게 말하자면 접착제는 점착제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동종 혹은 이종의 표면을 적셔 두 물체를 결합하는 물질이다. 액상 본드가 접착제의 대표적인 예인데, 본드는 사용 후에 고화(固化)되지만, 점착 테이프, 포스트잇 종이, 의료용 밴드의 뒷면에 코팅된 점착제는 피착체(被着體)에 접촉하기 전후의 상태가 동일하므로 피착체로부터 접착과 탈착이 여러번 가능한 차이점이 있다.

‘산림과학부 환경재료과학 전공 바이오복합재료 및 접착과학 연구실’에 소속되어 점착제, 접착제에 대해 배우고 있는 학생으로서, 접착제와 점착제를 공부하면서도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 접착제와 점착제의 종류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접착제의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조절하는 많은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접착제가 물체의 표면에 잘 붙으려면 피착체에 잘 젖어야 하고, 피착 표면과 접착제가 잘 젖으려면 피착 표면과 친화성이 좋은 용매(溶媒)에 접착제를 용해시켜 사용해야 한다. 그 기준이 되는 것이 용해성 파라미터라는 수치인데, 서로 비슷한 값의 용제와 폴리머를 선택하면 접착력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접착제의 물성을 조절하는 것이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접착력 평가실험을 하면서 문득, ‘사람들이 만나 결혼을 하고, 가족을 이루며 사회, 국가라는 공동체에서 살아가면서 인간 대 인간의 관계를 끈끈하게 유지하는 매개체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인류의 존속, 관계유지의 근거는 혈연에 의한 인간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혈연에 의하여 집단의 풍속, 비기(秘技) 등이 연연히 전해졌으나, 현대 사회에서는 그러한 끈끈한 관계마저도 경제적 어려움이나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 부재로 인하여 언제든지 단절 가능한 위험성을 내포하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또한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는 것이든 종교나 신념 수호와 같은 정신적 가치를 우선하는 것이든 개인이 선택하기 나름이지만, 동일한 목적의식은 집단 구성원의 소속감을 공고히 하여 개인이 할 수 없는 일들도 실행하는 강력한 힘을 만들어낸다. 때로는 이러한 집단의식이 배타주의 혹은 집단이기주의로 돌변하여 인류의 공존공영을 위협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영국의 시인 존 단은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닐지니,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륙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했다. 섬과 섬을 붙여 하나의 대륙을 만드는 접착제는 ‘공감(共感)’에서 비롯되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이 아니겠는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린다면 도서관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조용히 하는 것은 당연하며 설사 소란을 피워 지적을 받았다 해도 ‘죄송합니다’ 라는 사과 한마디면 되는 일이 아니었을까.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는 배려와 공감에서 비롯되는 사랑이 사람들을 하나로 만든다는 것을 주장하는 나는,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었던 존 레논의 상상처럼 한낱 몽상가일 뿐이련가?

 

김성은

농생대 석사과정․산림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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