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운동은 효율성 위주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

 

◆ 지난 20일, 마포대교 점거의 경우 그 방식에 대한 논란이 있지 않았나

‘점거’라는 수단에 대해 투쟁 당사자들도 낯설어하거나 과격하지 않냐며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소위 ‘합리적’ 시민운동절차를 밟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작년 연말 국회농성을 벌였으나 어떤 곳에서도 주목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장애인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시설물 점거가 효과적일 수 있다.


◆ 장애의 종류나 정도에 따라 연대에 어려움이 있지 않나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중증 장애인의 경우 자립생활에 필요한 연금문제를 우선시하고, 경증장애인의 경우 일반 노동시장에서의 노동권 쟁취 등에 관심을 가지는 등 세부적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시위에서 요구했던 사항 등의 커다란 목표에 대해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이 함께 하는 투쟁의 경험이 부족한 데서 오는 문제는 있다. 예를 들어 마포대교 점거 투쟁 때, 집회에 참여했던 농아인협회 측에 현장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데 어려움이 있기도 했다.


◆ 장애인 운동에 있어 내부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몇몇 장애인 운동 단체의 기득권 문제가 있다. 현재 사단법인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정부와의 대화 협상 성사 자체에만 비중을 두는 등 관료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예산 지원문제 등 여러가지 사안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절박한 요구가 잘 수렴되지 않고 있다.


◆ 장애인 운동에 대한 현재 사회적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흔히 ‘비장애인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보험적 관점에서 비장애인의 장애인 운동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장애인문제가 장애 당사자만의 문제라는 인식을 넘어서야 한다. 여성문제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가부장제의 시스템의 문제이고, 사회구성원들 모두와 관련된 문제인 것 과 같이, 장애문제도 경쟁․효율성 중심주의라는 사회 전체의 운영 시스템에 관한 문제다. 장애인 운동 문제는 예산 몇 푼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기본적 가치관,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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