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학내 장애인 운동의 어려움과 앞으로의 방향

 

대학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됐을 때 나는 한 선배의 제안으로 장애인권연대사업팀의 오픈세미나에 함께하게 됐다. 중․고등학교 시절 누구나 경험했던 봉사활동의 기억만으로 장애인을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몇 번 제대로 참여하지도 못했던 오픈세미나에서의 경험은 새로운 인식의 계기가 됐다.

그렇게 내가 함께 하게 된 연대사업팀의 활동목적은 학내 장애학생에게 교육의 권리를 보장하고, 우리 사회 전체 장애인들의 구조적 현실과 편견을 알리고 변화시켜 나가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장애를 특수한 문제로 치부하거나 이를 비정상의 ‘소수자’문제로 인식하는 세태를변화시키는 것이다. 

2005년 관악의 장애인권에 대한 인식은 많은 부분 진보했지만, 여전히 학교본부, 그리고 몇몇 학내 구성원들의 인식은 우리들을 힘들게 한다. 장애학생의 교육문제를 학교에 요청하면 여전히 학교본부는 장애학생의 문제를 ‘덤으로’ 해결하려는 식의 인식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학내 장애학생의 문제는 서울대 구성원으로서의 권리 문제가 아니라 학교본부의 ‘도움’과 공동체 의식으로 해결해야 할 부차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장애인의 교육권을 주장하고 이에 대한 의지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시각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학내 장애학생의 교육권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또한 장애학생들의 권리 주장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긍정적인 차별정책’들이 마치 ‘특혜’인 것처럼 오해되는 경우도 많다. 한 가지만 예를 들면, 지금 서울대는 청각장애학생의 경우 졸업자격에서 텝스시험을 면제해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것은 장애를 고려한 긍정적인 차별정책이 아니라, ‘장애를 차별’하는 정책이다. 진정한 ‘긍정적 차별’정책은 듣기 영역의 시험문제를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는 다른 형식의 시험이나 문제 유형으로 대체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장애학생들의 시험 볼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우리는 주장한다. 그러나 시혜적 관점에서 별 고민 없이 이루어지는 정책들은 마치 장애인이 ‘특혜’라도 받고 있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며, 근본적으로 장애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더 어렵게 한다. 결코 우리는 특혜를 얻어내기 위해 장애운동을 하지 않는다. 장애가 차별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 ‘구조’를 위해 싸운다. 

그런데도 오해들은 역차별 논쟁을 불러온다. 손에 장애가 있어 필기가 어렵거나 청각장애가 있어 수업내용을 제대로 청취할 수 없는 학생들은 아무런 지원서비스가 없던 시기에 궁여지책으로 담당교수에게 강의록 등을 요청했지만, 그것조차 비장애학생에게 불리할 수 있는 역차별이라고 거절당했다. 텝스의 듣기영역 대체 문제도 텝스시험의 청취부분이 난이도가 어렵기 때문에 역차별의 요소가 있다며 대안을 마련하려 하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논쟁 속에서 항상 거론되는 ‘예산’의 문제는 장애인을 부담스러운 존재로 부각시킨다. 학교에 계단과 화장실을 설치하는 것에 ‘예산’을 많이 ‘허비’한다고 비판하는 사람은 없지만, 장애학생들도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과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는 것은 ‘예산’논쟁을 불러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그릇된 인식과 오해들은 장애학생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어렵게 만들며, 이것은 학내 장애운동을 더욱 척박하게 한다. 

장애인학생의 권리를 확보하는 장애운동은 결코 장애학생 당사자들만의 몫이 아니며, 다양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특성 때문에 차별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모두의 몫이다. 나 역시 장애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서울대를 위해 학내 구성원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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