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오석윤 옮김, 책세상, 5900원
주인공은 서양화ㆍ문명화된 도쿄를 벗어나 시를 읊조리며 여행하고자 하는 화가이다. 풀을 베개삼으며 자유롭게 여행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문명 세계를 거부하고 자연 속에 살고자 하는 작가의 생각을 볼 수 있다. 산간 마을에 머물게 된 주인공은 이혼 후 도시에서 친정으로 돌아온 ‘나미’를 그리려고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도시 문명에 물든 나미의 모습에서 ‘동정의 모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미는 전쟁터로 끌려가는 전 남편을 애련한 모습으로 보게 되고 주인공은 결국 이 모습을 그림 속에 담게 된다.
일본 고유 단시(短詩)를 통해 섬세한 시각으로 자연을 그림 그리듯 묘사한 점이 돋보인다. 부록으로 들어간 옮긴이와 작가의 가상인터뷰는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세계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