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언 외교학과ㆍ03
얼마 전 미국의 한 명문대생이 교환학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대학과 서울대를 비교하고 후자를 비판하는 책을 썼다는 사실이 일간지에 보도되면서 학내ㆍ외의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필자는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짧게나마 적어보고자 한다.
우선 서울대생들이 부정적인 평가의 대상이 됐다고 해서 감정적이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대학의 발전을 위해 그의 지적 중 올바른 것은 받아들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과제 표절, 대리출석에 대한 비판은 학문탐구를 통해 진리와 자유를 추구하는 대학생이 지녀야 할 ‘올바른 태도’의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마땅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지적 중 대부분은 건설적인 비판이라기보다는 서울대를 향한 ‘비난’에 가깝다. 한 학기의 짧은 경험을 토대로 전체 학생에 대한 무리한 일반화를 시도함으로써, 한국사회 저변의 문제를 간과한 채 겉으로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만 극단적인 표현으로 힐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가 서울대 수업의 가장 큰 맹점으로 지적한 ‘과제 및 수업량의 부족’은 학생이나 교수의 문제라기보다는 교육여건의 문제에 따른 한계에 가깝다. 일반교양은 물론이거니와 대부분의 전공강의에 50~300명의 학생들이 몰리는데도 대다수 학과는 더 많은 수업을 제공할 여력이 없다. 게다가 수업조교가 아예 없거나 한 두 명에 그쳐 담당교수가 모든 학생을 혼자 지도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또한 다양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구미의 대학생들과는 달리, 인문ㆍ사회계열의 기초학문을 전공하는 상당수의 학생들은 장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전공에 대한 지식과 소양을 쌓을 최소한의 기회조차 고등고시나 취업 준비에 밀려 포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가 자신의 표현대로 서울대가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발돋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면 우선 이러한 기본적인 차원의 문제가 지적됐어야 했다. 현상의 저변에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원인을 밝혀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비단 서울대 비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학문발전의 기본자세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학생들의 옷차림이나 유흥문화에 대한 옐로우 저널리즘 수준의 비난을 넘어, 서울대와 한국 고등교육의 근본적 문제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이 이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