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숙 사회대여성주의연대 사회학과ㆍ04

한나라당이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성폭력 범죄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우거나, 몸에 칩을 붙이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4월 26일(화) 밝혔다. 이 제도의 취지는 전자팔찌를 찬 성범죄자의 위치와 심장박동수를 파악해 성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함이다. 이에 대해 가해자의 인권과 전자팔찌의 실효성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반대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학내의 성폭력 사건 해결과정에서부터 성폭력 범죄자 신상공개에 대한 제도까지 가해자 인권에 대한 주장은 너무나 익숙하다. 비록 인권의 가치에 차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성폭력 피해자와 잠정적 피해자의 인권 보호에 도움이 된다면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존엄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추상적인 당위 때문에 각각의 ‘인권’이 초래하는 결과의 차이, ‘인권 침해’의 깊이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또 기존의 인권에 대한 명제 속에 여성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도 적극적으로 되돌아봐야만 한다.

그러나 이번 전자 위치확인제도의 도입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 물론 이 제도의 도입 취지와 성폭력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며, 성폭력 범죄에 대한 국가적인 대응 방식 또한 환영한다. 그러나 가해자에 대한 필요 이상의 조치는 물리적인 제도면 무엇이든 해결된다는 어리석은 사고를 전제하고 있는 듯하다. 무엇이 성폭력의 빈번함과 재발을 만드는지, 사회구조적인 접근과 그에 따른 실질적인 고민과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선정적인 제도 하나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성폭력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잡혀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제도의 도입은 명백히 선후가 뒤바뀐 듯하다.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에서 피해자로 나서기 매우 힘들고, 피해 사실 입증받기,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 바라보기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여성의 전화’ 대표 한우섭씨의 “성범죄자가 기소ㆍ구속도 안 되는데 어떻게 이런 것(전자팔찌)을 시행하겠나”라는 발언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가해자의 인권, 제도의 실효성 문제로 넘어가기 이전에 성폭력이라는 문제를 올바르게 바라보는 사회적인 합의, 성폭력이 발생될 수밖에 없는 사회ㆍ문화적 요인을 분석하고 사회 곳곳에서 변화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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