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농생대 교수ㆍ농경제사회학부)


계절의 여왕 5월, 관악산의 신록은 아름답다. 관악 캠퍼스 안의 신록은 더욱 싱싱하고 아름답다. 자하연의 5월은 수련 사이를 노니는 잉어떼들과 겨울에도 푸르던 소나무, 이른 봄부터 연초록으로 단장한 능수버들, 언제 보아도 의젓한 느티나무, 푸른잎 뽐내는 신갈나무들을 함께 볼 수 있어 더욱 아름답다.

금년 5월이 더더욱 아름다운 것은 학생회관과 200동 농생대 주변에 새내기들과 함께 심은 회양목이 푸른 열매를 맺는 사이, 무궁화와 수국의 새로 돋아나는 푸른 잎과 영산홍의 붉은 꽃들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더하여졌기 때문이다. 식목일 새내기들과의 나무심기는 금년 봄부터 시작한 ‘신입생 세미나(Freshman Seminar)’ 덕이다.

대규모 교양과목 위주인 1학년들의 기초교육 강화를 위해 소규모의 신입생 세미나를 운영한다기에 ‘농업 언론의 이해(Understanding Agricultural Journalism)’로 승인받은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농업ㆍ농촌의 발전과 농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기초 이론과 농업 언론의 중요성 이해 및 농업언론 현장 조사를 통해 발표, 토의함을 목표로 내세운 세미나에 행운의 수 7명이 수강 신청을 하였다.

주5일제 근무에 따라 마지막 공휴일이 될 지도 모르는 식목일을 앞두고 ‘생뚱맞은’ 나무 심기 세미나를 제안했다. 입학식 전부터 ‘새내기 새로 배움터’로 시작, 연속된 각종 환영 행사 등으로 지쳐있을 그들 전원이 출석하였음은 고마운 일이다. 더구나 세미나를 통하여 얻고 싶은 것과는 거리가 먼 듯한 땀 흘리는 일에 친구들까지 설득하여 나타났음은 감동이었다.
공휴일에도 전자우편으로 배달된 ‘아침편지’를 함께 읽으며 관악 교정에 나무를 심었다. 산불 이야기에는 한식(寒食)에 얽힌 조상들의 지혜도,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명언도 재음미하며 나무를 심었다. 친구와 함께 가꾸어갈 나무, 10여 년 후엔 아들 딸들과 함께 볼 나무들이라며 정성으로 심었다.

화창한 봄볕에 나무를 함께 심으며 읽은 ‘언제나 변함없이 제 자리를 지켜주는 친구’가 대학교정에 있는 든든함이 대학 생활의 보람으로 이어짐도 좋을 것이다. 자연과 환경과 농업이 나무심기로 연결되는 안목이, 나무를 심고 가꾸는 마음이, 공부에도 인생살이에도 이어진다면 금상첨화이리라.

산림환경학 교수에게서 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간에 가장 모범적으로 산을 푸르게 가꾼’ 우리나라의 자긍심과 60년 식목일의 전통이 자랑스럽게 계승되기 바란다. 함께 나무를 심으며 찍은 사진들이, 학관에서의 점심이, 녹두에서의 막걸리가, 오가는 길의 번데기까지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되었으면 한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려 주고, 모교와 함께 자랄 나무를 심으며 흘린 땀의 추억이 모두에게 아름답게 남아있기를 축원한다.

하늘을 향해 꿋꿋하게 자라면서 마음의 고향이 되어주는 친구, 때가 되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좋은 열매를 맺을 친구들과 나눈 우정이 영원하기를, 내년에도 식목일엔 나무를 심으며 싱그러운 봄의 에너지를 온몸에 듬뿍 채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 새내기들과 나무를 심으며 나무 같은 친구의 우정을 나눌 수 있도록 신입생 세미나도 계속되고, 식목일 공휴일도 ‘나무처럼 그 자리엷 있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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