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북한 이탈주민의 북한이야기」

지난 9일(월) 오후 3시 문화관 국제회의실에서 통일포럼 주최로 ‘북한 이탈 주민의 북한 이야기’ 강연회가 열렸다. 강연회는 두 북한 이탈 주민의 북한 이야기와 질의ㆍ응답의 순서로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첫 번째 강연자였던 허명옥씨는 김책공업종합대학교를 졸업하고 2002년 북한을 이탈해 2003년 남한에 입국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에 재학중이다. 허씨는 북한 상주 시절의 대학생활과 북한의 교육 여건에 대해 강연했다. 

북한의 대학 지원 방식에 대해 그녀는 “대학 정원보다 많은 수의 추천서(대학 지원서)가 상부에서 각 군 단위로 내려오지만 이는 보통 출신 성분이 좋은 학생들이 가져간다”고 말했으며, 입학 이후 전공 선택에 대해서도 “학생의 희망은 잘 반영되지 않으며 부모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다녔던 대학교의 교육여건에 대해 “강의 교재로는 주로 1960년대 러시아 서적의 번역본들이 사용되며 유학을 다녀온 교수도 드물다”며 “북한의 유능한 인재들은 교수나 학자보다는 대우가 좋은 군장교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녀는 “당시 북한의 열악한 경제여건이 대학생활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대학생활 7년 동안 명절 외에는 기숙사에서 쌀밥을 먹어본 적이 없으며, 직업실습을 나갔던 1995년 당시 북한 최대 규모인 김책제철소에서는 전기와 자재 부족으로 생산라인의 90%가 가동을 중단한 상태였다고 한다.


공장들 생산라인 멈춘지 오래, 탄압에도 시장은 커지는 추세


허씨에 이어 강연한 주혜경씨는 혜산교원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사로 활동하다 1998년 북한을 이탈해 2002년 남한에 정착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에 재학중이다. 그녀는 교사 경험을 통해 바라본 북한 교사와 학생들의 생활 실태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 주씨는 “북한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에 대한 개별지도, 조직생활지도, 심지어 등ㆍ하교 지도까지 책임진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의 생활에 대해 “학생들이 아침에 동네의 지정장소에 집결해 교사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등교한다”며 “북한에서는 그만큼 조직이 중요한데, 북한 주민들은 8세에 조선소년단에 의무적으로 가입한 후 평생을 조직 속에서 생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ㆍ응답 시간에는 교수와 학생들의 질문이 활발히 이뤄졌다. “북한을 떠날 당시 시장경제가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갚를 묻는 이남인 교수(철학과)의 질문에 허씨는 “1993년 북한 경제가 급격히 악화되자 공장 노동자 등 많은 주민들이 중국ㆍ러시아에서 구해온 옷 등을 시장에서 팔아 생계를 잇기 시작했다”며 “이는 시장경제를 금지한다는 당국의 원칙 아래 철저히 탄압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커지는 추세”라고 대답했다. 또 “남한에 와서도 살기 어렵다고 말하는 탈북자들이 많은데 어떤 점이 힘든갚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주씨는 탈북자의 학교 부적응 문제를 언급하며 “많은 탈북 청소년들이 중국에서 교육을 받지 못한 채로 몇 년을 보낸 후 남한에 오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대답하고 남한 사회의 배려를 촉구했다. 주씨는 덧붙여 “탈북자는 조국을 파탄으로 이끈 독재 정권을 증오해 북한을 떠난 것이지 고향과 조국을 무시한 것이 아니다”며 “탈북자를 매정한 사람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북한체제 붕괴 시도보다는 대북지원정책이 유효할 것”


숱한 북한 주민들을 궁핍으로 내몬 북한 정권을 비난하면서도 강연자들은 대북 봉쇄를 통한 북한정권 붕괴 유도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북한체제를 붕괴시키려는 외부세력의 시도에 대해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갚라는 정은미씨(사회학과 석사과정)의 질문에 주씨는 “외부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적화통일 등 북한의 정치적 기본 노선은 변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식량 지원 등의 햇볕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대북 지원을 통해  많은 북한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남한 사회는 예속 자본에 얽매여 매우 가난하다’는 왜곡된 인식을 점진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김효준씨(사회대기초과정·05)는 강연이 끝나고 “그동안 접해온 북한 관련 자료는 딱딱해서 쉽게 와닿지 않았는데 오늘 강연은 매우 솔직하고 구체적이었다”며 “한편으로는 북한과 비교해 볼 때 훨씬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는 남한 대학생들이 나태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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