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정권에서 광역화까지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군사정권 시절에는 학회들의 정치ㆍ이념적 성향이 강했다. 당시 이념 학회들은 대학 본부에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공식적인 단체로 활동했다. 이러한 비공식 이념학회들은 조직을 통해 학생운동을 주도하기 위해서, 단과대학 중심으로 운영됐다. 이념학회원들은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전환시대의 논리』, 『전태일 평전』등의 책을 통해 정치 사상을 학습했고,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맑시즘 관련 서적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어 공부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80학번 구인회 교수(사회복지학과)는 “1980년대의 비공식 이념학회는 전체 학내 문화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1985년 정부에서 총학생회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비공식 이념학회들은 변화를 겪었다. 기존의 이념학회들은 공식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총학생회에 소속됐고 각 단과대학에서는 과 중심으로 학회가 운영됐다. 77학번 최영찬 교수(농경제사회학부)는 “당시 총학생회를 인정하는 정책이 이념학회를 탄압하기 위한 정부의 속임수라는 주장과 이에 반대하는 주장 간의 대립이 심했다”며 “공식적인 총학생회 출범이 이념 학회를 크게 변화시켰다”고 회고했다.

1987년 민주화 운동, 1993년 문민정부 출범으로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학회의 정치적ㆍ이념적 성격이 약해지고 학회 문화도 변하기 시작했다. ‘철학과 사상’학회에서 활동했던 김산씨(경제학과ㆍ90)는 “한국의 정치적 민주화는 학생들이 이념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1997년 IMF 이후에는 사회에 대한 고민을 나누던 학회가 크게 줄었고, 대신 학업 중심의 학회 또는 취업을 준비하는 학습 모임이 많이 생겨났다. ‘정치ㆍ경제연구회’학회에서 활동했던 허진석씨(국제경제학과ㆍ91)는 “IMF로 인해 학생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가 앞당겨졌다”며 “사회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보다 학업과 개인적인 목적을 위한 학회가 많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학내에서는 2002년 모집단위 광역화 이후 단과대학 내 과반을 중심으로 한 학회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박대찬 기자 dc7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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