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범(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ㆍ00)

언제부터인가 계절학기 수강신청이 치열하다 못해 결국 수강 내역을 돈으로 거래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계절학기가 처음 도입됐을 때 주로 재수강용 학기로 이용되었다. 이러한 병폐를 막고자 내가 신입생일 즈음에 본부는 ‘3학기 체제’를 강조하며 계절학기를 개편했다. 선진국의 여러 대학에서는 실제로 봄 학기, 여름 학기, 가을 학기로 많이 운영되고 있으며 여름 학기 수강이 당연시되는 경우도 많다.  

서울대는 어느 학교보다 계절학기의 의미를 잘 살려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계절학기 매매 현상은 교직원의 편의를 위해 교육 수요자의 요구에 유연성있게 대처하지 못해 계절학기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본부 관계자는 “계절학기 강좌 증설로 정규학기 강좌가 폐강되는 사례도 많아 함부로 늘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1학년 때 듣도록 돼 있는 기초 교양필수 과목들을 왜 졸업을 코앞에 두고 이제야 급하다고 하는지 학생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유롭게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수업을 듣는 것은 교육의 소비자인 학생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서비스다. 기초 필수 교양 수강반 제한같이 공급자인 학교에서 짜주는 커리큘럼대로 모든 학생이 움직이리라는 기대는 옳지 못하다. 이미 많은 학생들은 복수전공 및 부전공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학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 학교에서 강요하는 순서대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모두 무시하고 소비자인 학생의 요구를 고려하지 않은 채 봄, 가을 정규학기 및 여름 계절학기 수강 강좌를 편의대로 짜는 것은 문제다.

계절학기 수요가 많고 봄, 가을 학기 수요가 적다면 당연히 봄, 가을 학기 강좌수를 줄이고 여름 계절학기 강좌수를 늘여야 한다. 진정 학교에서 계절학기를 봄, 가을 학기에 준하는 학기로 받아들여 계절학기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자 한다면 이러한 탄력적인 강좌수 가감에 망설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학영어, 대학국어같은 기초 필수 교양뿐만 아니라 각종 전공과목의 경우에도 막연히 “수강생이 많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개설하지 않는다”는 말보다는 학생들이 어떤 강좌를 계절학기에 원하는지 설문조사 등의 방법으로 더 적극적으로 교육 수요자 주체인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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