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교육학과 박사과정)

지난 5월 21일, 본교 교수학습개발센터와 사범대학 각 동에서는 한국교육학회(학회장: 본교 김신일 교수) 주최로 교수, 연구자, 대학원생, 학부생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춘계 학술대회가 진행되었다. “고등교육개혁-쟁점과 토론: 한국교육, 차세대 리더를 기르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정범모 한림대학교 석좌교수의 초청강연과 쟁점토론 등을 통해 한국고등교육에 대한 반성과 발전 방향 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또한 초청강연과 쟁점토론 이후에는 한국평생교육학회, 한국교육사회학회 등 13개 분과 학회로 나뉘어 분과별 주제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굳이 각종 통계수치나 대학의 국제 비교 결과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한국대학교육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다. 대학에 대한 비판은, ‘연구 안하는’ 교수, ‘공부 안하는’ 학생, ‘부실한’ 교육과정 및 학사관리 등 대학교육의 내용 측면과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일류대학 졸업장’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대학의 기능 측면에서 제기되었다. 초청강연에서 정범모 교수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한국 대학의 역사적 경험에서 찾았다. 그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은 일제가 남겨둔 19세기 독일 대학의 모습과 해방이후 도입된 미국대학의 모습이 ‘어정쩡하게’ 혼합된 형태이다. 즉 엘리트 위주의 선발로 좁은 집입 경로와 대신 ‘느슨한’ 교학(敎學) 분위기의 19세기 독일 대학의 모습과 대학의 문호가 넓게 개방되어 있는 대신 엄격한 교학 분위기와 규율의 미국 대학의 모습이 해방과 미군정기를 거치면서 ‘어정쩡하게’ 혼합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독재·개발시대에 대학생들의 저항에 대한 회유책으로 대학의 두 형태에서 점점 더 쉬운 점만 취하여, 학생도 교수도 ‘들어가기’도 쉽고 ‘배겨나기’도 쉬운 대학을 형성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독재·개발시대부터 이어온 대학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대학의 자율성을 제한하여 대학 교육의 질을 하락시켰다고 지적하였다.

정범모 교수의 초청강연에 이어서 이루어진 쟁점토론은 “한국대학의 경쟁력 제고방안”이라는 소제로 진행되었다. 토론자로는 김신복 본교 교수와 배순호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이주호 한나라당 국회의원, 그리고 최현섭 강원대학교 총장 등이 참여하였으며, 사회는 김영철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이 맡았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신복 교수는 한국 대학교육의 전반적인 문제 상황과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 및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 발표하였다. 그는 대학에 대한 공공투자 저하는 대학교육여건을 열악하게 하고 있으며, 양적 성장위주의 획일적 대학발전의 추구는 대학의 특성화, 다양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엄정한 학사관리 및 교수평가관리체제의 미정착으로 교육 및 연구의 경쟁력이 낮으며, 인력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학생정원 관리 및 교육과정 운영으로 대학교육의 생산성이 낮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대학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입학정원의 축소조정, 대학의 적정 규모 유지, 대학 간 기능분화 및 육성, 대학교육에 대한 지원체제 강화 등을 제안하였다.
두 번째 토론자인 배순훈 교수는 한국대학의 경쟁력제고 방안을 기업의 기대와 기업경영방식의 관점에서 논하였다. 그는 기업이 기대하는 대학 경쟁력으로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에서 기대하는 것을 예로 제시하였다. 현대자동차에서는 대학의 경쟁력으로 현장적응력과 차세대 기술 개발에 필요한 인재 공급을, 삼성전자는 이공계 교육의 질적 향상과 독창적 지도자 양성을 기대한다. 배 교수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현장적응력” 요구나 삼성전자의 “이공계 교육의 질적 향상” 요구는 모두 문제해결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것이 대학에서 길러야 할 인재의 요건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기업경영방식을 도입하여 교육시장을 활성화하고 시장실패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정부의 개혁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세 번째 토론자인 이주호 국회의원은 김신복 교수가 제안한 재구조화방안과 최근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논의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간 통폐합이나 평가기관 설립, 평가와 재정지원의 연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대학의 개혁의 원칙은 국립대학의 법인화와 대학의 재원조달 시장의 활성화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국립대학을 법인화시킴으로서 교육부의 규제에서 벗어나 독립된 의사결정구조를 갖고 자율과 책무의 원칙 아래 대학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대학의 재원조달 시장을 활성화하여 대학 운영이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네 번째 토론자인 최협섭 총장은 강원대학교의 대학 재구조화 계획을 간략히 소개하면서 대학, 특히 지방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거점 국립대학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그는 대학 스스로의 성찰적 체질 강화가 이루어져야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각종 노력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토론자들은 모두 대학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에서는 약간의 차이는 있었으나 대학의 자율성 향상과 사회, 기업에 필요한 인재양성, 대학의 적정규모 유지 등은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었다. 기본적인 원칙에 동의하다보니 이번 토론에서는 첨예한 쟁점이 드러나지 않은 것이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였다. 기업의 입장과 대학의 입장의 차이와, 실천적 차원과 학문적 차원의 차이가 좀 더 분명하게 쟁점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이 조금은 아쉽다.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대학교육에 대한 문제가 교육학 연구자 뿐 아니라 기업가 출신, 경제학, 행정학 교수 등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관심을 가졌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 교육문제가 단순히 교육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면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비록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대학교육 문제와 관련하여 경쟁력 제고 한정하였지만, 이 역시 대학교육 내용의 문제를 넘어 노동고용구조 상의 문제-높은 대학 진학률에 따른 산업 노동 구조의 불균형, 전공계열별 졸업생과 산업별 분포의 불일치, 교육과 자격, 직업내용의 불일치 등-라는 보다 사회구조적 문제와 연관이 되어있다. 게다가 대학은 소위 ‘교육열’이라고 불리는 학력 문제의 최정점에 있기도 하다. 기업의 입장에서만 대학을 구조 조정할 경우 이 부분과 불협화음을 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복잡성으로 교육문제를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며, 이러한 점에서 이번 학술대회는 교육문제에 대해 타 학문과의 교류를 보다 활발히 전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 13개 분과별 주제 발표 및 토론은 어느 특정 학회만을 다룰 수 없어 전체 행사와 관련해서만 글을 작성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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