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을 다녀오다

세계의 작가들이 모여서 근대성, 세계화 논의 통해
평화를 위한 글쓰기 모색하는 자리 마련돼

지난 24일(화), 서울의 세종문화회관에는 세계 유수의 석학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올해로 2회를 맞는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장 보드리야르, 오에 겐자부로, 루이스 세풀베다, 로버트 쿠버, 게리 스나이더 등 외국의 작가들과 김윤식, 김우창, 황석영, 현기영, 백낙청, 고은 등 국내의 대표적 문인, 비평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이들은 26일까지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 ‘평화를 위한 글쓰기’란 주제 아래 각각 근대성, 전쟁, 차별, 환경, 빈곤, 세계화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총 열세 개의 세션(session)으로 구성된 이번 포럼은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우리는 나즈막이, 나즈막이 움직이기 시작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발표로 그 첫문이 열렸다. 그는 “현재의 일본이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적극적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많은 일본인이 아시아의 나라들에 대해 진정으로 속죄함으로써 평화와 화해를 바라고 있다고 믿는다”며 평화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했다.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 중국의 망명시인 베이다오, 미국의 계관시인 로버트 하스 등이 참가한 행사 둘째 날에도 다채로운 주제의 포럼이 이어졌다. ‘평화와 차별: 성, 인종, 종교’를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 케냐 출신 소설가 응구기 와 시응오는 “세계는 소수의 채권국과 수백개의 채무국으로 양분된 상태”라 진단하며 “소수의 서방 국가들이 인적ㆍ물적 자원의 8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 간극을 규범 또는 진보와 근대성의 불가피한 결과로 바람직하게까지 여기는 풍조가 걱정스럽다”고 비판하며 평화를 위한 글쓰기를 통해 이와 같은 현실을 일깨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마지막 날에는 ‘기술의 변화와 소통의 세계화’라는 주제로 장 보드리야르와 소설가 로버트 쿠버가 함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비평가이자 철학자인 보드리야르는 “인류는 현재 자아상실이나 타자에 의한 정체성의 위협에 의해서보다는 완전한 동질적 정체성을 가짐으로써 타자적인 요소를 상실해가고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예전에 우리는 쇼와 같은 세상의 비현실성에 대해 비판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극단적인 가상의 사실화[]실증성 앞에서 예전보다 우리 자신을 더 상실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하이퍼 픽션의 선두주자로 불리우는 쿠버는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새로운 매체인 하이퍼텍스트미디어에 대해 예시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같은 날 또 다른 행사에서는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 모옌 등이 참석해 ‘동아시아 지역의 공동문화의 과거와 미러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동아시아적인 공통성의 실현”에 대해 언급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전 포럼이 생중계되고, 동시통역을 위한 리시버가 충분히 마련되는 등 꼼꼼한 준비로 무난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내용면에서는 새롭거나 논쟁적인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의 평화’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는 것만으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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