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교양 과목 운영 실태
기초교육원과 학생들의 동상이몽
핵심교양 도입 4년, 글쓰기·말하기 과목 개설 1년을 맞아, 『대학신문』은 기초교육 운영 실태를 분석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특히 핵심교양 운영 실태 분석을 위해 학부생 464명, 교수 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17일(화)부터 이틀간 실시됐으며, 학부생은 일반교양 대형강의 수강생을, 교수는 총 84명의 핵심교양 담당교수를 대상으로 무작위 추출했다.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5%이다.
서울대 교과규정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입학한 학생은 핵심교양 4개 분야(문학과 예술, 역사와 철학, 사회와 이념, 자연의 이해) 중 3개 분야에 걸쳐 9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대부분의 단과대학은 1·2학년 때 핵심교양 과목을 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수강신청 기간에는 신입생에게 핵심교양 강의 신청의 우선권을 주고 있다.
◆ 저학년, “핵심교양 어렵다”
설문조사에서 저학년생은 핵심교양 과목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 1·2학년이 수강하기에 핵심교양의 강의 수준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1학년생의 74.1%가 ‘어렵다’고 응답한 반면(매우 어렵다: 15.5%, 조금 어렵다: 58.6%),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렵다고 느끼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1학년생의 41.4%는 ‘핵심교양의 강의 수준이 지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교양 강의를 수강하는 박건춘씨(사회대 기초과정·05)는 “핵심교양 수업이 1학년의 수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초교육원장 임현진 교수(사회학과)는 “학문의 기초 영역을 1학년 때, 핵심교양을 2·3학년 때 수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핵심교양 강의는 1학년 학생이 배우기에 아주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김정오 교수(심리학과)는 “핵심교양 강의에 있어 학년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며 “강의 내용을 전혀 예습하지 않는 요즘 학생들의 풍토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 핵심교양의 핵심, 글쓰기 교육의 내실화 필요
기초교육원은 세부적인 지적이 포함된 첨삭지도 형식의 리포트 피드백을 핵심교양 과목 운영의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03년 2학기부터 핵심교양 과목에 리포트 피드백을 담당하는 강의조교(T.A.)가 의무적으로 1~2명 배정됐으며, T.A.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리포트 피드백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교육받고 있다.
이는 핵심교양이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제고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리포트에 대한 피드백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3%가 피드백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말했으며, 형식도 세부적인 지적보다 전체적인 총평이 주를 이뤘다고 답했다.
또 리포트 피트백의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설문조사에서 ‘피드백 후 리포트를 재제출했다’고 응답한 학부생은 28.6%에 그쳤다. 핵심교양의 한 T.A.는 “학생이 피드백을 받더라도 리포트를 이미 제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피드백 결과를 내팽개쳐 두는 경우가 많다”며 “초고에 대한 피드백 결과를 반영해 리포트를 제출하면, 학생이 단시간에 자신의 장·단점을 알고 완성도 높은 리포트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 교수 수 부족, 학생 수 과잉
‘강의를 듣기에 수강 인원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학부생의 61.1%(너무 많다: 20.5%, 조금 많다: 40.6%), 교수의 66.7%(너무 많다: 33.3%, 조금 많다: 33.3%)가 수강 인원이 많다고 응답했다. 양승국 교수(국어국문학과)는 “리포트에 대해 매번 구체적인 첨삭지도를 하려면 T.A.는 늘고 수강 인원은 줄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핵심교양의 한 T.A.도 “많은 학생들의 글을 꼼꼼히 지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며 “양질의 글쓰기 교육이 이뤄지려면 수강인원을 30여 명으로 줄여야 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핵심교양 담당교수의 자격 요건이 전임교수로 한정돼 있어 담당교수 증원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이은정 교수(동양사학과)는 “외국 대학처럼 수강인원이 많은 핵심교양 강의는 약 20명씩 반을 나눠 T.A.가 지도하는 방식이 좋을 것”이라고 제시했지만, “충분한 T.A.를 확보할 수 있을 만큼 대학원생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임현진 교수는 “고려대나 연세대처럼 퇴임·초빙교수가 핵심교양 과목을 강의하는 안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전임교수가 핵심교양 과목을 맡는다는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2학년 이상의 학생은 핵심교양 강의를 신청하기가 어려워 수강하고 싶은 핵심교양 과목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기초교육원은 “고학년에게 핵심교양 수강인원의 10% 정도를 열어두고 있으며, 2·3학년 때 핵심교양을 수강하도록 돼 있는 단과대는 예외 규정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양한 강의가 개설되지 않는데다 강의 수가 적다”는 의견에 대해 임현진 교수는 “핵심교양 강의를 100개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며 “매학기 조금씩 새로운 강의를 개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