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옥 사회대 교수ㆍ지리학과

자율적 경쟁과 협력의 조화로 창출되는 신지식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이 혁신으로 연결되도록 지원해야

인류역사에서 사회의 발전은 자율적인 경쟁과 협력을 통해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과 협력은 서로 상충되는 개념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서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사회에서는 비용절감이 경쟁력의 관건이었기 때문에 경쟁과 협력보다는 통제와 권위가 중시되었다. 그러나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새로운 지식의 창출이 경쟁력을 좌우하고 신지식의 창출은 상호교류와 공동학습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율적인 경쟁과 협력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 예를 들면, 중소기업이 한 지역에 모여서 상호교류를 통해 경쟁적인 관계이면서도 협력을 이룰 때, 품질개선이 이루어지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창조적 사고가 활발해지며, 이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오늘날 산업이 특정지역에 혁신 클러스터를 이루어 제품과 공정의 혁신을 창출하는 경우도 바로 이러한 자율적인 경쟁과 협력의 조화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쟁과 협력은 기업의 경제활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현장에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외국기술도입을 통해서 급속한 산업화를 추진하였던 1970~80년대에는 선진국에서 개발한 이론과 모형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데 급급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정이 급변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학생들은 ‘형식적 지식’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제 우리 교육에서는 지식의 전달보다는 신지식의 창출능력 배양이 더 중요해졌다.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다양성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가운데 지적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들은 경쟁관계 속에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지식과 정보를 교환하는 협력을 통해 ‘암묵적 지식’을 창출할 수 있게 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교수 간에도 경쟁과 협력의 관계가 이루어져야 창조적 성과가 촉발된다. 교수와 학생 간에도 사제간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지적교류와 협력관계를 이룰 때 창조적 학습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도 대학에 대한 권위주의적 통제와 획일적 대학정책으로부터 벗어나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할 때 대학은 경쟁과 협력을 통해서 스스로 교육혁신의 한 부분을 이루어나갈 것이다.

대학캠퍼스 자체는 지식자원의 클러스터다. 이 클러스터 내에서 구성원들 간에 지식과 정보가 원활히 소통되고 자율성이 보호되어야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다. 각각의 클러스터는 클러스터 내의 구성원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를 혁신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각 대학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지식창출과 혁신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조정하고 지원하는 일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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