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영화제에 출품된 다큐멘터리 영화 「유언」

“직영노동조합 단체협약에는 문화, 의료, 자녀교육, 주거 등 복지혜택이 백 가지도 넘게 명시돼 있지만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는 정해진 시급, 일급 외에 아무 것도 없다. 항상 더럽고 힘든 작업에 투입되고, 한여름에 쉴 곳이 없어 그늘을 찾아 헤매는 것이 하청노동자다. 차별 경영을 시정해 달라고 사측에 요구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강제 해고였다. 이런 억울함을 노동부에 고발해 봐야 부당해고비 몇 푼 받으면 끝난다.”

2004년 2월 14일 하청노동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고(故) 박일수 열사가 남긴 유서의 일부다. 박 열사는 하청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체불임금 지급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해오다 2003년 12월 강제 해고당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이 주최하는 인권영화제에 출품돼 지난 24일(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된 「유언」은 박 열사 사망 이후 ‘열사정신 계승’을 표방하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조합(현중사내하청노조)이 겪게 되는 탄압과 갈등 양상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이 작품은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연대를 거부하는 어용노동조합이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오히려 노동자들을 억압하는 현실을 고발한다. 작품 속에서 현대중공업 노동조합(현중노조)은 박 열사 사망 이후 대책 마련을 위해 도움을 청하는 하청노동자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사측의 입장을 대변해 사태를 적당히 수습하려 한다. 현중노조의 이러한 입장은 현중노조가 사측, 경찰과 결탁하고 박 열사의 유족을 납치해 합의서에 도장을 찍게 하려는 시도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끊임없이 현중사내하청노조의 활동을 제약하던 현중노조는 결국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제명되지만 여전히 현중노조와 사측의 압박을 받고 있는 현중사내하청노조의 처지를 보여주며 작품은 마무리된다.

이 작품을 연출한 박세연씨는 노동자뉴스제작단에서 활동하며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물 제작을 통해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알려내는 데 주력해왔다. 「유언」 또한 이런 맥락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돼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에 주목한 작품이다. 박세연씨는 “노동 양분화가 노조운동에 있어서 얼마나 치명적인지 보여주고 노동자들간 연대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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