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영이 끝난 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조합(현중사내하청노조) 김주익씨가 관객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 작품에 드러난 사태 이후의 현중사내하청노조 활동 상황은 어떤가
그동안 성과는 있었다. 현중사내하청노조는 원청업체인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는데 이를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가 인정했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과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원청업체도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이 결정은 원청업체를 상대로 한 비정규직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준 셈이다. 그러나 법원이 같은 판결을 내릴지는 알 수 없어 현중사내하청노조와 현대중공업 간의 교섭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또 전반적으로 투쟁의 가시적 성과가 미비하다. 박 열사 사태 이후에도 하청노동자들은 끊임없이 부당해고 위협에 시달리고 임금까지 감축당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중사내하청노조는 선전 등의 활동을 위한 현장 출입조차 저지당하고 있다.

◆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 행태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울산지역 건설플랜트노조를 예로 들어보겠다. 평균 연령이 45세인 이들의 요구사항은, 우습게 들리겠지만 고작 탈의실, 화장실, 식당, 샤워장을 지어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비와 먼지를 피할 길 없이 흙바닥에서 식사를 하고,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하루종일 일에 시달린다.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제대로 받지 못할 뿐더러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도 받지 못하는 것이 비정규직의 현실이다. 지난 23일 마로니에 공원에서 3보1배 행진을 벌이던 건설플랜트노조 조합원 700여 명이 전원 연행된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정부는 사측의 입장을 대변해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 노동운동이 과격하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동운동세력을 과격한 이익집단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언론의 선정적 보도가 그런 여론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본다. 노동자들이 원래 과격하고 폭력적이기만 한 사람들이었겠는가. 생존권이 걸려있는 절박한 요구가 사태의 이면에 있음에도 이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훨씬 큰 폭력, 즉 다수의 힘으로 약자들을 탄압하는 행태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데도 노동운동의 폭력성만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심각한 문제다.

◆ 힘든 상황이라고 했는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활동을 전개할 생각인가
함께 활동했던 형이 있다. 40대 중반에 가장인 그 형은 최근 직장을 옮기고 노동운동에서 손을 뗐는데, 매일 출퇴근길에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건설플랜트노조 조합원들을 보며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고 한다.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노동자가 되고 싶지만 이처럼 가족 등 주위 여건 때문에 차마 나서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무척 많다. 탄압은 여전히 거세지만 이들이 하나둘 모여 ‘결국 노동자는 집단을 이룰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임을 믿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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