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가 맞는 수용물질에 반응

몸에 들어온 약은 위에서 소화액의 작용을 받아 잘게 부서진 후 분자상태로 소장에서 흡수된다. 흡수된 약물이 혈관을 통해 치료하고자 하는 부위에 도달하면 수용물질과 결합해 약효를 나타낸다. 수용물질에는 효소, 세포막 수용체 등이 있으며 주성분은 단백질이다.

아미노산의 선형 나열로 이뤄진 1차원 단백질은 활성을 띠지 않지만,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폴리펩타이드가 우리 몸 속에서 여러 번 접혀 3차원 입체구조를 이뤘을 때는 활성을 띤다. 약물은 입체구조를 띤 단백질과 결합했을 때 그 구조가 변형된다. 생체촉매인 효소의 3차원구조가 변하면 생리작용의 증감이 일어나며, 세포 내 물질의 유ㆍ출입이 조절된다. 즉 약의 효력은 약 분자와 수용물질의 화학결합에 따라 발생하는 생리작용의 변화 결과이며 결합의 친화력에 의해 효력의 크기가 결정된다.

그러면 혈관을 타고 흐르는 약 분자는 어떻게 아픈 곳을 찾아 갈까? 고광호 교수(약학과)는 “약은 표적을 향해 쏘는 미사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약물은 혈관을 따라 몸 전체에 흐르면서 표적으로 하지 않는 부위와도 만난다. 그러나 약물은 입체구조가 맞지 않는 수용물질과는 결합하지 않고 배설된다. 만약 치료 부위가 아닌 곳에 약물과 결합할 수 있는 유사 수용체가 있어 의도하지 않게 결합하면 약물 부작용이 일어난다.

약 개발은 수용체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수만 종류의 화학 물질을 제작해 수용물질들과 결합하는지 확인해보는 방법과, 몸 속에 있는 수용물질들의 입체구조와 성질을 분석한 후 화학적으로 수용물질에 결합할 수 있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방법이 있다. 고 교수는 “난치병 치료를 위해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생체 수용물질을 찾아내고 구조를 밝히는 방향으로 약 개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대찬 기자 dc7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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