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섭
행정대학원 교수?행정학과

관악과 분리되어 있는 캠퍼스

대학과 지역이 통합되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관악은 섬이다. 관악캠퍼스는 서울시 그리고 관악구에 속해 있지만, 지역과 분리?독립되어 있는 섬과 같은 존재이다. 캠퍼스 이전 후 지난 30여 년 동안 관악은 바깥과 분리된 채 안으로만 성장 발전해 왔다. 결과 캠퍼스 안은 이제 숨이 막히고, 바깥 배후지역은 여전히 낙후된 채로 남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낙성대 길만 들어서면 번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조용한 산골을 찾아 온 느낌이 들었지만, 이제는 그런 평화로움을 느낄 수 없다. 외국인 교수와 대학원생 아파트를 만나면 더욱 그러하다. 한편 서울대학교 들어가기에 유리하다는 학군과 학원이 있는 지역은 집값이 폭등하여 연일 부동산이 사회적 이슈로 논란이 많지만, 정작 ‘그’ 서울대학교의 배후지역은 집값 차이가 나는 이유로 거론될 정도로 낙후돼있다.

그러므로 관악은 이제 캠퍼스와 행정구역이 함께 발전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공유할 수 있는 부분, 가령 주거, 문화, 공원 등의 기능은 공유될 수 있는 공간에 배치하여 함께 발전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외국인 교수나 대학원 아파트를 캠퍼스 안 보다 경계 지역에 배치하였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캠퍼스 안의 경관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 보더라도 시장, 시내 교통 등을 생각하면 낙성대 역과 낙성대 사이가 더 나은 입지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교수아파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굳이 학교 아파트가 아니라도 주변지역의 주거시설이 쾌적하면 이곳에 터를 마련할 교직원과 학생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학교를 찾아오는 수많은 국내외 방문객과 회의를 생각할 때 경계지역에 쓸만한 호텔이 들어서는 것도 고려할만한 일이다. 이러한 일련의 시설들은 구성원의 이동거리를 짧게 하고, 이것은 다시 조직에 대한 헌신과 일에 투입하는 시간과 집중도를 높여 대학 전체의 생산성을 제고하게 될 것이다. 한편 지역으로 보더라도, 주거시설은 서점, 식당 등 관련 시설의 입지를 확대하여 주변지역 개발을 촉진한다는 의미에서 이익이라 할 수 있다.

공원과 문화시설도 마찬가지다. 정문 옆의 관악산 공원은 새로 조경?개발돼 있지만 학교와 관악구청의 협력 여부에 따라서는 남이섬보다 훨씬 더 넓고 아름다운 잔디공원과 호수공원을 만들 수 있다. 미술관과 관악문화원도 독립적으로 운영되겠지만 어울려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주거, 문화, 공원 등은 캠퍼스 안과 밖이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설들이 상호 협력과 연계성 속에서 개발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호 협력의 틀 속에서 개발행위를 할 필요가 있다. 관악구는 이 지역을 어떤 식으로 개발하고 그 과정에서 서울대학교를 어떻게 위치시키고 또 협력할 것인지에 관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 위에서 개발을 진행 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서울대학교도 제2캠퍼스와 e-campus 논의를 포함하여 주변지역을 어떻게 활용하고 또 이 문제를 관악구에 어떻게 협력을 구할 것인지에 관한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그 위에서 학교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 관악캠퍼스가 쾌적하고 생산적인 섬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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