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을 맞아 대규모로 열린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ㆍ15 민족대축전’이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를 통하여 남북 관계의 진전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었다. 특히 북한의 당국 대표단이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광경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핵 문제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대화조차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던 실정에 비추어 보면 의미 있는 발전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미국은 북한에 대해 압박 일변도의 태도로 밀어붙이며 한미 공조도 여의치 않아 보이는 가운데, 절박한 위기감까지 흘렀던 것이 바로 얼마 전이다. 게다가 모처럼 어렵사리 재개된 6자 회담도 내세울 만한 성과 없이 휴회된 마당이라, 남북 간에 이처럼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일단 다행이라 아니할 수 없다.

멀리 1972년의 7ㆍ4 남북공동성명과 가까이는 지난 2000년의 6ㆍ15 공동선언을 비롯해서, 그동안 남북 화해와 통일을 위한 공조를 다짐하는 선언과 실천적인 노력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기대가 한껏 고조되곤 하였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크고 작은 충돌이 끊이지 않아 그러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곤 했다. 이처럼 남북관계가 지금까지 희망과 좌절을 되풀이 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건이 하나 벌어질 때마다 일희일비하며 휘둘리고만 있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태도다. 긴 호흡으로 꾸준하게 방향을 잡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긴 호흡의 남북간 접근 내지 화해 노력에서 민간교류의 중요성은 새삼스럽게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지속적인 민간교류가 있어야 하고, 그 민간교류의 내용이 충실히 채워져야 한다.  그리고 민간교류의 한 주체로서 대학이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은 대단히 크고 중요하다. 남북의 교류에서는 정략적인 접근이나 감성적인 접근보다는 동질성과 이질성을 모두 냉철하게 직시하는 합리적 태도가 절실히 요청되며, 여기에는 남북 대학간의 학술교류가 그 단초 내지는 귀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8ㆍ15 민족대축전’의 한 행사에서 서울대학교와 김일성대학 총장 사이에 학술교류 제안이 교환되었다고 하는 소식은 매우 고무적이다. 비록 비공식적인 대화에서 의견이 제시되었을 뿐이고 아직은 구체적인 방안을 초보적으로 거론하는 단계까지도 가지 못했지만, 두 대학 간의 교류는 매우 의미 있고 파급효과도 크리라는 점에서 기대가 된다. 그동안 이념과 체제의 제한으로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학문영역의 지평을 새로 열 수도 있을 것이며, 다른 대학들의 학술교류를 이끌어내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학술교류 제안이 단지 의례적인 인사말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되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하여 두 대학이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치적인 책략이나 경제적인 대가 같은 것을 고려치 않고 순수하게 학술적인 동기와 태도를 유지해야 할 것이며, 정부도 두 대학간의 학술교류에 필요한 지원은 조건 없이 제공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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