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숙 교수 서양사학과

한정숙 교수

서양사학과

여러분 어느새 이토록 멋있게 성장했군요.

대학의 테두리 안에서 제공되는 온갖 가능성과 기회들을 자양분으로 삼아 거침없는 젊음으로 교정을 수놓던 여러분이 배움의 길에서 하나의 매듭을 짓고, 더 넓은 마당에서 기운과 재능과 의지를 펴기 위해 나래를 펴고 세상을 향해 떠나시는군요. 여러분의 마음이 얼마나 벅찰까, 그러면서도 이제 막 시작되는 새로운 삶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으로 얼마나 떨리고 있을까, 여러분의 긴장과 벅참과 떨림이 전해져서 나도 갑자기 막 떨리기 시작합니다.

여러분이 이제 디디는 걸음은 새로운 만남을 위한 걸음입니다. 학문의 길을 택했건, 실무를 택했건 여러분은 새로운 만남들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보호받기보다는 한 사람의 책임 있는 성인으로 살게 될 여러분에게는 새로운 하나하나의 만남이야말로 여러분이 읽어야 할 새 책이 될 것입니다. 아니, 세상은 여러분이 써야 할 새로운 책이라고 해야겠군요.

하지만 가만, 삶을 실수 없이 문제없이 잘 살아온 선배이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도 어쩌면 가장 힘들고 실수투성이인 삶, 한때는 주저앉아 울고 싶기만 한 날들로 채워졌던 삶을 살아 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요. 젊은 시절은 찬란하게 빛나는 나날이기만 한 것은 아니더군요. 그것은 오히려 고투의 흔적으로 가득 찬 시절이더군요. 여러분의 선배들도 모두 무수한 어려움과 밤잠 이루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답니다. 여러분도 어쩌면 대학문을 나서면서 지금까지보다도 더 큰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을 이겨낼 수 있게 해 주는 한 마디 말이 있답니다. 그것은 ‘삶의 용기’라는 말이지요. 도전과 시련을 이겨내고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내부에서 솟는 용기.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에게라면 삶은 온갖 추함과 야비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넘어서서 계속되어야 할 만큼 충분히 아름답답니다.

여러분 내부의 힘을 믿으십시오. 눈부신 태양과 신선한 바람이 여러분의 힘을 더해줄 겁니다.
그러나 동시에, 고립된 개체로서의 자기 개인에 대한 과장된 존대로 흐르지는 마십시오, 결단이 필요할 때 혼자 있음을 견딜 줄 알되, 일상 속에서 세상의 다른 존재들에게 귀 기울이며 겸손하고 부드럽게 그들과 소통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십시오. 이 세상의 다른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도 눈부신 태양과 신선한 바람을 향유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 모든 다른 존재들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면서 여러분의 마음이 사는 곳의 문을 연다면 다른 존재들도 여러분을 사랑하고 영혼을 열어줄 겁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비치는 햇빛과 그들을 통해 흐르는 바람결에 의해 여러분은 더 큰 힘을 얻을 겁니다. 다른 존재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을 존중하고 다른 존재의 고통과 아픔에도 눈을 돌리면서, 자신의 존엄성과 모든 재능과 모든 아름다움을 펼치십시오. 여러분이 사랑하는 모든 존재들과 더불어, 그래요, 더불어 승리할 수 있다면, 그 때 여러분은 두 배로 승리하는 것입니다.

현실 속에서도 그 열정을 간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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