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향원 (언론정보학과ㆍ석사졸업)

머물면 떠나고 싶고 떠나면 그리운 곳이 학교라고 했던가. 졸업을 앞두고 바라본 학교는 여름날 녹음처럼 아련한 그리움이 짙어간다.

학부시절에는 학교의 답답함보다 바깥세상의 새로움이 나를 자극했고, 전공서적보다는 햇살 아래 벤치에 앉아 소설책을 읽는 것이 좋았다. 빡빡한 학사일정에 쫓겨 학교 안에 머물기 보다는 혼자만의 자유로움이 참다운 대학생활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 학부 졸업 후 사회로 곧장 뛰쳐나가기엔 내가 너무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또 전공에 대한 얄팍함이 아쉬웠다. 한편으로는 더 이상 학생일 수 없다는 현실에 덜컥 겁이 났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학교에 남아 전공공부나 좀 더 해보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석사과정에 진학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석사과정은 내게 학부 때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학교생활의 맛을 알려주었다. 그건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이었다. 옆에서 끌어주고 다독여주며 같이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늦은 시간 연구실을 나서는 발걸음이 즐거웠다. 프로포절을 하고 논문을 쓰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방향타가 돼주셨던 선생님과 같이 얘기 나눌 수 있던 선배, 동기들이 내겐 가장 큰 힘이 됐다. 남들에게 보여주기엔 한없이 부족하고 창피하기도 한 논문이지만, 그 시작부터 완성까지 결코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이라 생각한다. 대학원에는 지루한 학문 주제부터 소소한 생활사까지 모든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양한 관심사를 갖고 모인 사람들이지만 비슷한 상황에 처한 탓인지 누구보다도 서로 깊이 이해한다. 우리에겐 ‘동고동락’이란 말이 더도 덜도 없이 꼭 들어맞을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이 머문 자리는 풍경이 된다고 했다. 우리 학교가 아름다울 수 있는 건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그걸 배우기 위해 학교에 좀 더 머무르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학부 졸업을 앞두고 느꼈던 두려움이나 나의 부족함이 2년이 지났다한들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공부하는 법을 알게 됐을 뿐이다. 독불장군 같이 혼자 서는 게 아니라 더불어 할 수 있는 힘. 이것이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매년 밀물처럼 들어오는 새로운 학생들과 조용히 썰물처럼 사라지는 학생들.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관악의 교정. 나의 풍경이 깃든 교정은 일상에 지칠 무렵 찾아와 쉴 수 있는 오아시스가 되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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