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 연 4%에서 연 7%로 오히려 부담 늘어 … 근본적인 대책 필요
120학점 이상 취득하고 100점 만점에 70점 받아야 수혜 가능 … 성적 기준 지나치게 엄격해

올 2학기부터 정부 학자금 대출제도가 정부 보증 방식으로 개편돼 시행되고 있다. 학자금 대출 수혜자가 지난 학기보다 5만명 가량 늘어나고 상환기간도 길어졌지만 대출이자가 크게 올라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새 제도의 변경 내용과 이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해본다.


◆ 바뀐 정부 학자금 대출제도,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학기부터 새로운 정부 학자금 대출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정부재원 조달의 한계로 많은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며 새 제도가 이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학자금 대출 제도는 연 8.5%의 대출 이자 중 정부가 절반(4.5%)을 부담하고 나머지 4%를 학생들이 부담하던 방식(이자차액 보전 방식)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예산 부담으로 인해 대출 수혜자를 많이 늘릴 수 없었고, 은행들도 정부가 직접 보증을 서지 않는 상황에서 상환이 불안정한 학자금 대출을 꺼렸다. 실제로 대다수 은행들의 학자금 대출 연체율이 가계대출 연체율을 훨씬 웃도는 4%대를 기록했던 2003년말 일부 은행들은 학자금 대출을 중단하려 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대출 학생들에 대한 이자 지원(4.5%)을 없애고, 은행들에 7%의 안정적인 대출 이자율을 보장해주는 ‘정부 보증 방식’을 택하게 됐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학생들에게 이자 지원을 하지 않는 대신 기금을 마련해 직접 신용보증을 해주게 되며, 기금의 20배까지 보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출 재원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해 학기당 15만명 선이었던 학자금 대출 수혜학생 수가 내년부터는 25만명 선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높아진 학생 부담, 커져가는 불만
바뀐 제도에 의해 부모의 신용불량 여부에 관계없이 본인의 신용만으로 대출받을 수 있게 되고 대출기간도 늘어난 점 등은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하지만 높아진 대출이자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다. 보완책으로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저리ㆍ무이자 대출이 함께 시행되고 있으나 대상자는 3만5천명으로 제한돼 있다. 이번 학기에 학자금 대출을 받은 송기철씨(국어국문학과ㆍ01)는 “이자율이 너무 높아졌다”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복지혜택이라기보다는 시중의 일반 은행융자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 신청이 시작된 7월부터 교육인적자원부 홈페이지에도 비난이 빗발쳤다. 청주대학교 4학년 학생이라고 밝힌 한 민원인은 “7% 이자가 부담스러워 저리대출을 바라는 수밖에 없지만 대상자로 선정되기가 쉽지 않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저리대출 대상자 수가 너무 적을 뿐더러 월 소득이 아무리 적어도 높게 책정될 수 있는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저리대출대상자 선정 기준으로 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이자차액 보전 부분도입 등 대책 마련 시급
이에 새로 도입한 ‘정부 보증 방식’의 학자금 대출제도를 기본으로 하되 기존의 ‘이자차액 보전 방식’을 부분적으로 도입해 정부가 학생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 측 홍은광 보좌관은 “학자금 대출제도를 은행 수익률의 관점에서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국가가 학자금 대출이자의 2% 정도를 직접 부담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새 학자금 대출제도를 골자로 하는 학술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열린우리당 지병문 의원은 보완책을 검토해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 8월 9일(화) 지 의원이  “금리인상으로 인한 학생 부담을 고려해 금리 인상분 중 일부를 정부재정으로 보충하는 안을 교육부와 논의해 도입하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일간지에 보도됐다. 그러나 이러한 지 의원의 발언이 ‘이자차액 보전 방식’의 부분 도입을 의도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지병문 의원 실 측은 “경과를 두고 보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 방법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라며 “‘이자차액 보전 방식’을 활용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교육인적자원부 또한 새 학자금 대출제도를 변경할 계획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자차액 보전 방식’을 폐기한 것이 재정문제에서 기인한 만큼,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교육 예산 확충 대책이 시급하다는 견해도 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박정원 정책실장은 “궁극적으로는 고등교육까지 무상교육화돼야 학비 부담이 사라지겠지만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할 때 우선 다른 대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대학을 다니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대학 학자금을 분담하기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은 불공정하다고도 볼 수 있다”며 “대학 졸업자들이 낸 세금으로 학자금을 마련하는 ‘Graduate Tax’ 제도가 호주, 스코틀랜드 등지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도 이를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출자격 요건에 명시된 성적 제한
제도가 바뀌어도 학교 성적이 좋지 않으면 여전히 학자금을 대출받기 힘들다는 사실 또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변경된 정부 학자금 대출 규정에는 ‘대학 재학생으로써 직전 학기에 12학점 이상을 취득하고 70점(100점 만점 기준)이상의 성적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는 대출자격 요건이 명시돼있다. 이에 학자금 대출을 원하지만 자격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학생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학자금 대출의 취지로 볼 때 성적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한 편이라는 것이다. 대학생이라고 밝힌 한 민원인은 교육인적자원부 홈페이지에 “성적이 좋지 못하면 취업이 어려워 훗날 대출금을 상환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판단해 성적 기준을 엄격하게 만든 것이 아니냐”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