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음식의 암 예방 과정을 밝혀낸 분자생물학적 연구

▲ © 강정호 기자
서영준 교수(약학과)가 『네이처리뷰』 10월호에 화학암예방에 관한 자신의 총설논문을 싣는다. 총설논문(Review Article)이란 한 가지 분야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와 동향을 심도 있게 분석․정리한 글이다. 『네이처』가 자연과학 전반의 새로운 연구결과를 신속히 전달하는 데 반해 『네이처리뷰』는 총설논문만을 게재하고 있으며, 이 두 학술지에 실린 논문들은 그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국내 학자의 논문이 『네이처리뷰』에 실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서영준 교수와의 인터뷰이다.


▲화학암예방이란?

항암제를 통해 암을 치료하는 화학요법과 달리 독성이 없는 화학물질을 이용해 암의 진행을 사전에 봉쇄하거나 지연시키는 방법을 ‘화학암예방’이라 한다.


▲이번 논문의 내용은?

화학암예방의 주요한 물질인 식품속 화합물들이 발암과정을 억제하는 과정에 대한 자체연구결과와 국내․외 연구현황을 담고 있다. 암은 암세포가 과잉 활성화하거나 기존 세포의 신호전달 체계를 교란시키면서 진행된다. 이번 연구는 고추에 함유된 캡사이신, 생강의 진저롤, 마늘의 아릴설파이드 등 한국인이 즐겨먹는 향신료에 포함된 물질이 암세포 활성화를 억제하거나 교란된 신호전달 체계를 복구시키는 메커니즘을 밝히고 있다. 기존의 관련 연구들이 암예방 물질의 효능에 관한 현상적 측면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 연구는 실험을 통해 분자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밝혔다는 점에서 기존의 연구와 차별성을 갖는다.

 

▲화학암예방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예일대에서 조교수로 재직할 때 ‘어떤 물질이 어떻게 암을 유발하는가’라는 문제, 즉 암을 발생시키는 과정에 관한 연구를 주로 했다. 그러다가 96년 한국에 귀국하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연구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향신료나 약초 등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하는 식품물질을 통해 암을 억제하는 방법을 개발한다면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 생각해 98년부터 화학암예방 연구를 시작했다.

『네이처리뷰』에서 논문 제의를 받은 것은 올해 1월이었으며 이때부터 논문 집필에 착수해 올해 8월말 심사를 거쳐 최종 게재가 승인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국내 임상 의사들과 함께 전통식품과 약초성분의 화학암예방 효과를 검증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싶다. 연구가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화학암예방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는 우리 전통음식의 우수성을 알리고 최근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기능성 식품이나 식품의약 소재의 발굴과 과학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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